#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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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펀치를 날리기 전엔
거리를 먼저 재야 한다
- 문득, 문득(文得) 8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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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이기는 잔인한 경기다. 판정승이 있기도 하지만, 격투기라는 특성상 강력한 K.O한방으로 시원하게 경기가 끝나는 것을 팬들도 선수들도 좋아한다. 실제 K.O확률이 높은 선수가 인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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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수들을 살펴보면 무턱대고 주먹을 내지르지 않는다. 상대 선수가 가만히 있다면야 그냥 온힘을 다해서 휘두르면 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경기에 오르기전부터 상대를 탐구한다. 어떤 부분이 약한지, 오른 손을 쓰는지 왼 손을 쓰는지부터 고질적인 습관이 있는지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다. 경기에 올라서도 마찬가지다. 당일 컨디션은 어떤지 탐색전을 펼친다. 혹시 훈련 중에 부상을 당했는데 숨기고 나서진 않았는지 잔 펀치도 날려보고, 말로만 듣던 펀치가 진짜 강한지 잠깐의 타격전으로 알아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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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게임은 사전준비한대로 흘러가도록 한다. 압도적 경기력을 가지고 있으면 빠르게 게임을 끝내려 할 것이다. 상대가 자만하거나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라면 체력을 비축해두면서 약을 올리거나 스스로 무너지도록 놔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정말 최종적으로 확실한 순간에 가서야,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무턱대고 펀치를 휘둘러 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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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종의 거리재기다. 내가 참여해도 되는지 먼저 거리를 재본다. 가치가 있다면 그 판에 뛰어든다. 상대가 정해지길 기다리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히고 싶은 상대를 지목해서 상황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이젠 상대의 약점에 다가서고, 잽을 서서히 날리면서 최종 펀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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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 가볍게 한방으로 끝내면 가장 좋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물 수 있듯이 조심하며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 실제론 베스트 전략이다. 잡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잡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곳에 다다를 거리를 먼저 재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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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자기 관리는
주량부터
- 문득, 문득(文得) 85편 .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속은 메스껍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기어이 토를 해대고, 샛노란 위액이 튀어나와 식도가 따끔거릴 때쯤, 비로소 주량(酒量)을 넘어선 것을 후회한다. .
대학생 때야 술을 많이 마시고 골골 거려도 다음 날 아무 문제가 없다. 수업이 있으면 자면 되고, 그것도 힘들면 그냥 째면 된다. 시험 날이라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 어차피 그 시험 한번이 내 미래를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내일 반드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한번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실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켜켜이 쌓여서 돌아온다. 인사 평가를 이상하게 받든지, 술 먹고 업무를 게을리 한다든지 등의 평판이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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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음식과 함께 마셔도 다 의미가 없다. 어차피 먹었던 음식이 체내에 분해되서 내 몸에 영양분을 지급하기 전에 다시금 내 목구멍을 통해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음식이나 안주를 먹지 않고 그냥 저녁을 챙겨먹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좋다. .
자기 관리는 거창하게 헬스장을 다니고, PT를 받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평소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부터가 자기관리다. 따라서 주량을 아는 것은 자기 관리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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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을 체크하고, 다음 날 내 몸의 건강상태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열어두는 것부터가 자기관리다. 주량(酒量)껏, 적당히 마셔야겠다. .
그 술자리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 술자리의 이야기가 추억이 될 수 있을 정도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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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많이 욕해봐야
많이 욕먹지 않는다
- 문득, 문득(文得) 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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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사회적 금기에 가깝다. 처벌받지는 않지만, 욕을 자주 구사하면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인격적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욕을 평상시 쓰더라도 공적인 자리나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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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혼자 있거나 마음속으로 욕하는 것까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욕을 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욕은 국어사전적으로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사용되는데, 하나는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욕설 그 자체로써의 언행을 일컫고, 또 하나는 잘못을 꾸짖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나는 후자로서의 욕을 굉장히 의미 있는 행위라고 추켜 세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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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떠한 잘못에 대해 꾸짖는 순간, 스스로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조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극단적 예를 들어, 우리가 부모님께 혼이 나면서 똑같은 행동을 부모님이 하면 거기에 대해 환멸을 느끼거나 실망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말하는 사람이 되진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 그 다짐. 비록 마음속으로 부모님의 흉을 보고 욕을 한 것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속의 발전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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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함부로 말을 놓는 어른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 어른을 욕하며 속으로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연령이 높은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갑자기 인사를 하지 않거나, 내가 잘될 때만 찾아서 오던 후배가 어느 순간 내가 조금 미끄러졌을 때 아는 체도 하지 않으려 할 때, 절대로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라며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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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자, 맹자, 위대한 성인처럼 마음이 넓지도 않은데 괜히 저런 사람도 있겠지,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꾹 참는 것보다 그냥 속으로 시원하게 욕을 해버리고 난 저러지 말아야지라며 다짐을 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오죽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화를 꾹꾹 참으면 오히려 화병이 걸린다며 적절히 풀어야 한다고 할까? 물론, 욕은 욕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 특히나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욕의 본질은 다시 말하지만 겉으로 내뱉은 욕설보다는 마음속으로 외치거나 혼자 있을 때 소리를 질러버리는 내적 다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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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적 욕설마저 스스로가 금기시하며 괜히 마음 넓은 척하며 있다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욕을 해야 스스로도 풀리고, 욕한 행위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다짐하기에, 오히려 욕은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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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자. 그래야 욕먹을 짓을 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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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
- 문득, 문득(文得) 8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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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분이 나빴던 일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이라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혼자서 기분 상해있던 일이다. 자주 보지도 않던 한 후배가 내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 후배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딱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심지어 누군가의 인맥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잘못되면 내 체면마저 깎일 수 상황이었다. 후배의 용기가 대단하기도 했고, 또 그 상황이 억울해 보이기도 했다. 언젠가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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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몇 명을 거치고 후배의 의견을 전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고 나서 난 그 결과를 후배에게 말해줬다. 후배는 더 도전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연락을 다시 주기로 했다. 뭐, 당연한 거라 아주 당연히 연락이 올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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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Go 인지 Stop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은 지났고 나도 잊어갈 무렵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후배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후배는 계속 도전하는 선택을 했는데 못내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 도움의 기반으로 Go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과 그 친구의 선택에 대한 심리적 도움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말이 없다니. 선택에 대한 도움을 주는 내가 정작 그 결과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어야 한다니. 내가 뭐하러 도와줬지? 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앞서 말했듯이 자주 보던 사이도 아니었고 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화가 나가 났다. 최소한은 지켜줬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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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함이 느껴지고 화가 나도 그 후배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속 좁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전화해서 넌 왜 내가 이렇게 도와줬는데 연락 한 번 없냐? 어떤 선택이든 말해주기로 해놓고 아무 말이 없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정적으로 이런 식의 기본이 없다면 앞으로 더 이상 보지 않으면 된다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버린 뒤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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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이 아니다. 그냥 연락 못했을 수도 있고 바빠서였을 수도 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는데 묘한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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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적어도 내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아껴주는 사람에게 그러진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본다. 어떤 일이든 조언을 구했다면 적어도 그것에 대한 나의 입장을 알려줘야겠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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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를 위한 차가운 이성과
상대를 위한 따뜻한 감성
- 문득, 문득(文得) 8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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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준비할 때였다. 그토록 그만두고 싶었던 회사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 의외로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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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떠난다는 것 자체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오지랖부터 내 자리를 메워낼 사람이 있을까라는 미친 자신감과 거만함마저 들었다. 절충해서 탄력적 근무를 할까도 생각했다. 예를 들면 뭐 오전만 나오겠습니다라든지 빈 시간만 출근하겠습니다라든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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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헛생각이었다. 애초에 인생에서 떠나는 곳엔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남아있다면 그냥 다니는 것이 좋고, 그만둔다는 느낌이 아니라 조정의 느낌으로 다가갔어야 한다. 조정은 분명히 퇴사와 다르다. 조정은 미련이 아닌 애정이나 필요함이 남아 있을 때지만, 퇴사는 그런 것이 없이 떠나야만 내 인생이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은 자를 위한 어설픈 심적(心的) 공유는 필요 없다. 딱 나만 생각해야 한다. 날 먼저 지켜야 상대에게도 나눠줄 무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조건 나만 생각해야 한다. 아주 냉철하고 잔인하리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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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에 반드시 따뜻한 감성을 지녀야 한다. 이는 일종의 과정이다. 퇴사라는 결말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해서, 상대가 나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매몰차게 해선 안 된다. 냉철함은 매몰찬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중하고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해야 한다. 솔직한 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떠나야 내 연봉이 더 오른다든지 떠나야만 내 평판이 달라진다든지 떠나야만 내가 사회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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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도 어차피 설득의 과정이다. 끝을 잘 맺지 못한다면 좁은 세상을 잘 살아가기 어렵다. 솔직히 다시 안 볼 사이란 없다. 6단계만 거치면 세계의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케빈 베이컨을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상이 좁디좁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래서 따뜻한 감성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를 위한 것이고 주변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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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의 끝엔 반드시 나를 위한 차가움과 상대를 위한 따뜻함이 공존해야 한다.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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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보다
현재 내 위치를 먼저 말해준다
- 문득, 문득(文得) 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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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정해졌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를 때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켜곤 한다. 화면을 켜고, 목적지를 지번이든 새 주소든 꾹꾹 눌러서 켜면 이내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안내한다. 어떤 길은 빠르지만 통행료가 비싸고, 어떤 길은 느리지만 통행료가 아예 없다. 내비게이션은 매번 빠르던 길이 차가 몰리면 조금 우회해서 가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런 곳에 길이 있었나 싶기도 한 으슥한 곳으로 길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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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적지만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을 켠다. 하지만 목적지가 같아도 가는 길이 달라지는 이유는 결국 현재의 내 위치 때문이다. 내가 어떠한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서 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걸어가면 횡단보도를 이용해 갈 수 있지만, 자동차를 타고 가고 있다면 바로 코앞이라도 길게 유턴을 해야만 갈 수 있다. 자전거일 때 다르고, 배를 탔을 때, 비행기를 탔을 때 모두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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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은 우리가 어디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길을 안내한다. 아마 목표를 세우기 전에 네가 처한 지금 당장의 상황을 먼저 보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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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책을 쓰고 싶다면 내가 책을 쓸 만큼의 문장력을 가지고 있는지, 책으로 나올 만큼의 인생 스토리가 있는지, 아니면 책으로 펴낼 정도로 자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지, 하다못해 대필 작가라도 구할 자금력이라도 있는지 나 스스로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장력이 부족하다면 글쓰기 실력을 더 연마해야 할 것이고, 책으로 낼 만한 내용거리가 없으면 인생을 더 깊게 살아야 하고, 대필 작가도 구할 자금력이 없다면 돈부터 더 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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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좋아진 내비게이션은 정체구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서 출발 전에 이미 교통정체를 알려주기도 한다. 가고 싶은 곳이 있더라도 너무 심각한 교통체증이 있다면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듯이 우리가 선택한 목적지 역시 너무 많은 꿈의 정체가 있다면 과감히 지우고 우회하거나 차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잔인함이자, 순리(順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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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로 출발하려는 내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찍고 가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회해야 할까. 시간을 조금 더 두고 보면서 후일을 도모해야하는 것일까. 그 길은 내가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내 못난 고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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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위치를 정확히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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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돈 벌레가 아니라도
돈 벌래
- 문득, 문득(文得) 8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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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술자리에서 친한 형이 ‘네가 하고 있는 것으로 사업해서 돈을 벌어봐.’라고 무책임한 말을 던지기에 ‘에이, 그렇게 돈에 눈이 멀어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그냥 돈을 좇는 그 느낌과 뉘앙스가 싫었다. 돈에 미친놈 취급 받는 것 같아 기분 나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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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말을 듣기 이전에도 나는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 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대학 내내 싫었고, 대학 졸업 후에도 싫었다. 심지어 취업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 다른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아마도 내 몸에는 선비 같은 고매함을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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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자체가 싫었던 것은 아마도 그게 멋이 없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격이 낮아보인다고나 할까? 근데 사실 웃긴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내가 당장 바꿀 수 없다면 그 체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많이 놓치며 살아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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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요구,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거창한 명제와 헌법적 가치와 보호는 있지만 실상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지켜낼 수 없다. 투표만 할 수 있으면 뭐하는가? 내가 투표하러 갈 차비가 없다면 그게 뭔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돈 벌레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변할 것이라는 뜻도 아니지만 그걸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현실에 땅을 붙이고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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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본주의. 그냥 그 단어가 싫었나보다. 반대로 공산주의와 같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극단적 공동분배도 싫었지만 내가 배웠던 사회 불공평의 출발점 같은 그 단어가 싫었나보다. 하지만 어쩌랴. 통용되는 교환수단이 자본일 뿐, 사실 과거 농경사회도 자본주의 사회나 다름이 없었다. 다만 당시의 자본은 토지 소유나 노비의 소유 등등 측정하는 지표가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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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유는 결국 이상향을 쫓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가장 먼저 고개를 빼꼼빼꼼 내밀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 대학원을 들어가려해도 돈이 들고, 대학원 원서를 쓸 때도 돈이 든다. 원서비가 무료라도 컴퓨터를 켜고 운용하는 전기세가 들어가기 마련이고, 컴퓨터든 노트북이든 구매비용이 들어간다. 돈벌레가 되지 않더라도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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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수단인 것 같다. 돈을 밝히면 인격이 낮아보인다고 말했지만, 실상 인격을 낮게 만드는 것은 돈이 없을 때였다. 취업준비생 때는 그 흔한 어버이날이 돌아오는 것도 두려워했고, 부모님 생신 때는 다른 핑계를 찾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기도 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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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금 더 많은 여유를 가지기 위해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는 특별한 날에만 누렸던 그 특별함을 일상으로 바꾸기 위해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도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면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속물이 되어간다는 심정을 지울 수 없지만, 이젠 조금 버려야겠다. 그런 생각을. 이건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고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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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큰 경험은
디테일을 늘려준다
- 문득, 문득(文得) 7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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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험을 하고 하면 성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큰 경험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금 정의해보면 내가 직접 경험하고 피부로 느껴서 내 삶에 반영할 수 있는 경험이다. 그리하여 다음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조금 더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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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음식점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오프라인 가게를 바로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실패를 최소화하고 경험치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작은 매대를 운영해서 시작해볼 수도 있고, 큰 페스티벌이나 행사에 합류해서 자리를 할당받아 시험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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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매대나 할당된 부스를 운영하면 평균적으로 나가는 월세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완벽한 건물 입주가 아니라면 월세는 조금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오프라인 가게를 차렸을 때 월세를 얼마 정도 낼 수 있고, 그 속에서 총 매출과 순수익의 상관관계를 미리 파악해볼 수 있다. 또한, 데이비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처럼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곳의 접근성과 내가 새로 차리게 될 오프라인 가게의 접근성을 따져 지대수익과 노출효과를 점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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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규모의 단기적 행사에 참여해보면 무엇을 점검해보아야 할지 금방 나온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입점을 하고, 입찰을 받고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서류 작성하는 것부터 익히게 된다. 우리만의 메뉴를 택했다면 메뉴에 해당하는 브랜드 명을 직접 작명해볼 수도 있고, 간단한 로고를 제작하거나 현수막이나 피켓, 거치대를 이용해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그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행사 입찰에 이용하기도 하고,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직접 작명한 브랜드 명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입소문을 유지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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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준비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둬야 하는지, 일정 정도 남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조금 아쉽더라도 적게 준비해서 늘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를 따져 볼 수 있다. 혹시나 갑자기 재료가 떨어졌을 경우를 대비해 인근 마트나 상점의 위치를 파악해 두어야 하는 것도 배우게 된다. 천재지변에 대응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고, 평생 보지 않던 날씨 소식도 꼼꼼히 점검하면서 냉정하게 장사가 잘 되지 않을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알바를 하루 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내가 알바를 해봤다면 나의 일을 도와주고 함께하는 알바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나는 굶어도 알바는 굶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와 동시에 꾸준히 우리 음식을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SNS나 블로그,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고 꼭 우리가 판매하는 것이 아닐지언정 내가 파는 음식과 어떤 음료가 어울리는지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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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의 행사에 참여했다면, 우리의 메뉴가 아무리 장사가 잘되었더라도 주변의 상황도 점검해봐야 한다. 어떤 메뉴가 새로 나왔는지, 어떤 메뉴는 왜 인기가 없는지, 반대로 왜 좋은지, 맛은 없는데 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지, 또 반대로 맛은 좋은데 왜 사람들이 외면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소비자의 심리분석이자 실사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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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큰 경험은 반드시 디테일을 늘려주게 되어 있다.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수가 되어갈수록 승부는 이 미묘한 디테일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똑같은 부위의 삼겹살을 팔아도 어떤 집은 발길이 끊이질 않고, 어떤 집은 한번 가고 다시는 안 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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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음식점을 한다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내가 만든 음식을 맛봐야 한다. 나조차 먹지 않는 음식을 남들이 먹길 바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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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맛에 자부하더라도 늘 맛을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코엑스 #코엑스잇더서울 #오늘뭐먹지 #문득문득 #호랑이곱창 #동그라미 #곱창맛집 #일상 #에세이 #맛집 #동그라미글 #디테일 #원글 #고수 #인스타에세이 #잇더서울 #곱창 #달걀곱창 #푸드트럭 #eattheseoul #coexeattheseoul #고생했다 #많이배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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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는 스물 열 살이 되기로 했다
- 문득, 문득(文得) 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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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라고 불리던 29살, 솔직히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원하던 것이 잘 되지 않았다. 꿈을 가지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내가 서울로 올라오면 무언가를 평정할 수 있으리란 미친 자신감이 있었다. 살고 있던 지역을 휩쓸고 올라왔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만 내게 기회만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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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회. 한국은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 나만의 기준은 오로지 기회였다. 기회의 가짓수와 접근성. 원하던 곳의 취업 실패이후, 만약 부산이었다면 어떻게든 맞춰서 회사를 들어갔을 텐데 서울에 있다 보니 또 다른 곳에 눈이 가고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라면 회사원이 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쳤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 싫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내 꿈의 자유로운 변형과 원래 꾸었던 꿈과 맥락을 같이하는 새로운 직업들을 보았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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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가끔은 몇 년 단위를 내다보며 내가 가장 설레고 가슴 뛰는 길로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나는 서른을 거부했다. 영원히 꿈을 꿀 수 있는 20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꿈을 쫓아간다는 멋진 척도 했지만 결국은 나의 의지와 흥미, 재미가 제일 중요했다. 진짜 내 인생을 살아서 조종한다는 느낌말이다. 20대에는 꿈을 정하고 30대에는 직장을 유지하며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는 그 당연한 과정들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내 꿈만 쫓았다. 가수 별의 노래 12월 32일처럼, 누군가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20대에 죽는데, 장례만 70대에 치른다는 말처럼 영원히 꿈을 꾸는 20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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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을 지나, 지독한 아홉수를 지나, 난 스스로 스물 ‘열살’이 되었다. 영원히 20대에 머물기로 했다. 난 아직 꿈을 꿀 수 있고, 놀랍게도 스물아홉에 회사원이 되기로 한 친구들보다 월급도, 사회적 명성도 조금 더 쌓을 수 있었다. 서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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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열살이었으니까 가능했다. 물론 이것이 금전적 이유와 사회적인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그걸로는 가슴 설레는 20대를 표현할 수 없다. 뜨거운 무언가, 내일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무언가적인 무언가가 있다. 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체적인 아우라의 20대말이다.

나는 스물열살이 되기로 했다. 난 영원히 스물 열 살로 내 인생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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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일확천금 500만원보다
확실하게 버는 5만원이 더 좋다
- 문득, 문득(文得) 7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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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한방을 좋아하던 시기가 있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세워두고, 그게 끝나면 인생의 큰 변곡점이 생기길 바랐다. .
돌이켜보면, 로또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로또의 1등에게만 주목하지만, 매주 1등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생에 잭팟은 그리 쉽게 터지지 않는다. 터지더라도 내가 정확하게 원하는 타이밍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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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작가가 인세로 500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굉장히 부러워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야, 책 한권 쓰고 탁 500만원! 좋네!’ 하지만 이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다. 왜냐면, 일단 작가는 책을 만들어 내기 까지 아무런 수입이 없다. 또한 책을 딱 한권 써서 500만원을 번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만약 6개월이 걸렸다면? 1년이 걸렸다면? 연봉이 고작 5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한 번에 받은 돈이 많을 뿐이지 누적된 금액으로는 크지 않을 가능성 높으며 그 돈을 받기까지의 생활은 거의 마비가 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하루에 5만원씩을 벌더라도 확실하게 일정 금액을 벌어들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한번에 500만원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월 250만원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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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은 그런 것이다. ‘일확’을 해서 ‘천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일확은 언제 터질지 모르며 결과로 돌아오는 금액이 천금이 될지 10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종의 결과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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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의 불확실성은 나이가 쌓여가면서 더 큰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영원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결과를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폭발적인 몰입과 주변의 안정된 조언을 무시할 수 있는 패기와 용기를 가지긴 어렵다. 또한, 삶의 변수와 매순간 지켜야할 것들은 분명히 더 늘어만 간다. 마치 무전여행을 10대와 20대는 떠날 수 있어도 가정이 있는 사람은 쉽게 할 수 없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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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엔 오랫동안 공을 들여 대박을 점쳐볼 수 있는 큰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지금 당장 나를 지켜줄 것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확실한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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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첫사랑은 처음 한 사랑이 아니다.
잃는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려준
그 사랑이 바로 첫 사랑이다.
- 문득, 문득(文得) 7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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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그거야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첫사랑이 처음 좋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혼자 좋아했을 수도 있고, 설령 사귀었다 하더라도 처음 사귄 사람이랑 한 번에 결혼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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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누군가 첫사랑이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사귄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손을 잡은 사람도 아니었고, 처음으로 진한 스킨십을 한 사람도 아니었다. 가장 많이 흘린 눈물도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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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잃는다는 느낌’이 뭔지 알려준 사람이었다. 가장 강렬하게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버릇을 고치게 했고, 내가 가진 고집을 꺾게 했다. 그녀가 바꾸라고 한 것도 있었지만 대게는 내가 스스로 고친 것들이었다. 그래, 나다움을 잃어버릴 정도로 빠져들었던 사람. 그 사람이 첫사랑이다. 평소에 내가 가졌던 생각을 바꾸어서 말해서라도 그 사람에게 맞추고 싶은 상태, 평소 신념과 반(反)하더라도 태세를 바꾸면서더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상태, 내 미래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미래에만 맞추면서 살아가는 상태, 이제 다시 만나면 바로 결혼 준비해야지라며 철없이 이야기하던 상태, 결정적으로 주변에서 아무리 그녀가 아니라고 말해도 그녀를 떠나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을 버리는 상태, 그게 첫사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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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 고집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건 사랑이었다기보다는 이게 최고의 사랑이라고 스스로 확정짓고 마무리 지으려는 마음가짐과 그녀가 만나 완벽히 외부를 차단해버리는 상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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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끊고, 내 고집과 버릇, 습관, 가치관과 신념, 생활까지 버리면서도 그녀를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서야만 알게 된다. 그게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이미 내 삶의 패턴과 세계관은 거의 다 무너져버린지 오래다. 딱 한사람만 있어도 되겠다면서 모든 것을 소외시켰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었던 하나가 사라져버리니 세상에 혼자 남아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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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없다. 잃어버리는 것이, 그리고 다시금 되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첫사랑을 기억한다. 아무리 아팠어도 우리는 첫사랑을 추억한다. 추억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던 스스로의 마음을 측은해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대견해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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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첫사랑 이후, 잃지 않으려 한다. 사랑도 있지만,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내고 찾아내고 맞추어간다. 물론 이것도 역시 사랑이다. 다만 사랑만이 아닌 것이 개입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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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부모님이
내 결혼식에
오지 않았으면
- 문득, 문득(文得) 7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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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가는 것이 좋았을 때가 있었다. 20대가 되고, 나도 정장을 하나 차려입고 그 날 만큼은 내가 결혼하지 않아도 나도 한껏 멋을 부릴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냥 좋던 그 결혼식 참석이 언젠가부터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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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랑 결혼할까? 내가 결혼하기도 채 전에 결혼을 하고 이혼을 다시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혹시나 그렇지 않을까?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의 배우자 걱정과 내 걱정. 나라는 사람이 그 결혼이라는 테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사색적 고민 또는 아주 쓸데없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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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지나니, 이젠 그런 것보다 부모님이 먼저 생각난다. 오늘도 외사촌의 결혼식을 참석했다. 어머니는 여동생의 딸이 결혼하니, 한껏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으셨다. 아버지가 정장을 입은 모습도 오랜만에 봤다. 두 분 다 기뻐하시면서도 나를 슬쩍슬쩍 쳐다보심이, 그 마음속에는 결혼에 신중하려는 아들이 있었을테고 또는 결혼이야기 자체를 스트레스가 될까봐 말하지 않으려 참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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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시작되었고, 신랑과 신부가 입장했다. 축가가 흘러나오고, 신랑이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객석에서는 ‘에이 신랑이 울면 되나?’라고 했지만 난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제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한다. 신랑은 장인과 장모에게 큰절을, 부모님께 큰절을 하며 또 눈물을 쏟았다. 그땐 나도 울컥해서 눈을 연신 깜빡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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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우리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실까? 혹시나 ‘네가 내 밑에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을텐데 미안하다.’라고 말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할 땐, 난 잠깐 결혼식장을 나와 혼자 화장실에서 눈물을 찍어 내듯 닦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화가 나서 ‘엄마, 아빠가 나를 다른 자식이랑 비교하는 것처럼 나도 내 친구 부모랑 엄마, 아빠를 비교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가끔 부모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내 자식이 아니었으면 더 행복했을텐데.’ 참 입이 방정이다. 그런 생각이 뒤엉켜 꺽꺽 숨을 죽이며 혼자 울음을 참고 나올 때, 하고 싶은 대로 단 한 번도 부모 말을 듣지고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아온 불효자식이 뭐 그리 잘한게 있다고 혼자 결혼식에서 펑펑 울까봐, 우리 부모님이 내 결혼식에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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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삶의 끝이 아니듯이 그리고 꼭 결혼을 기점을 더 잘 해야지 마음먹을 필요 없이 결혼식이 끝나고 부산으로 내려가시는 부모님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연락 자주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내 삶의 방향은 내가 정하겠지만 그 방향을 잡을 때 그 과정 속에서 꼭 우리 부모님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싶다. 거창한 효도가 아니더라도, 그리 하겠다고 또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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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많이 울 수록 불효자라던데, 난 아마 누구보다 많이 울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 말고, 나만 울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은 이미 내게 모든 것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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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
- 문득, 문득(文得) 7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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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형이 있다. 친하다고 표현을 하고 싶지만, 친하다는 표현은 쌍방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 이 공간에서는 그냥 내가 좋아한다, 의지를 한다, 함께 하고 싶다, 고맙다,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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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 형의 생일 날, 페이스 북 타임라인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생일 축하해요! 우리 같이 예능 작가와 출연자로 만나요.’라고. 그 형은 실제 작가였고, 공중파 드라마부문에서도 상을 받은 실력 있는 작가였다. 우린 똑같은 꿈을 꾸진 않았지만 각자의 꿈을 꾸며 가끔 만나 응원하고 사회도 비판하고, 영화이야기도 했다. 모처럼 형이 보고 싶어 카톡을 남겼는데, 형이 아주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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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인정받으려고 응석부리는 것은 아닌데’라고 시작한 말은 내가 간과하고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이어졌다. 형은 ‘드라마’작가였고, 앞서 말했듯이 상도 받은 실력파였다. 나는 그 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개그가 너무 좋아서 무심코 ‘예능’작가라고 생일축하 메시지에 남겨버린 것이 형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드라마 작가와 예능 작가의 간극. 사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형처럼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 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느꼈다. 곧바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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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것은 사실 그렇다. 이건 일종의 고집이자, 자신의 거대한 인생을 두고 벌이는 사투다. 먹고 사는 문제를 편하게 해결하며 꿈을 버릴 수도 있는데, 절대로 꿈만은 버리지 않으며 사는 이들도 있다. 몇 번의 취업 실패가 이어지면,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이제는 눈을 낮추라, 그만해라, 다른 일을 해보라.’라고 말하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나는 어쩌면 그 형의 본질을 완전히 뒤섞어 버렸던 것이었다. 트로트 가수에게 낡았다고 발라드를 부르라고 하는 것, 또는 한물간 연예인에게 트로트를 부르라고 말하는 것, 아마도 그런 충격이나 기분 나쁨으로 그 형에겐 다가갔을 것이다. 아니다,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너보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내가 얼마나 드라마에 열을 올리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라며 남긴 카톡에, 나는 마치 그의 꿈을 접어버리게 만든 죄인이 된 마냥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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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꿈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둘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꿈을 응원해주지 못하더라도 무시해선 안 된다. 특히나,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하나 더 배웠다. 친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꿈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접근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적어도 그에겐 꿈 그 자체가 인생의 전부일 수 있으니까. 형이 쓴 드라마를 조만간 TV에서 보고 싶다. 극본 없는 인생의 드라마에서 가장 멋진 극본을 쓰는 드라마 작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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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너가 나쁜놈이 되어야 겠어
- 문득, 문득(文得) 7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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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하늘아래 인간사회에서 완벽함을 찾기란 어렵다. 애초에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함을 갖출 수도 없다. 완벽함이 존재했다면 이 땅의 미움과 반목, 슬픔과 눈물은 처음부터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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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 없는 곳에서의 승리자는 정의나 옳음으로 완벽을 대신하려한다. 대부분은 비교우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다. 너보다는 내가, 그래도 쟤보다는 내가.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오면 그 비교를 앞세워 어느 순간 절대 우위로 포장하려 든다. 왜냐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필연적으로 선의의 경쟁이 된다면야 좋겠지만은 현실은 딱히 그렇지 않다. 여긴 내 생계가 달려있을 수도 있고, 나의 입지가 달려있을 수도 있다. 나의 자존심과 체면이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교 우위는 반드시 절대 우위로 바뀌게 되고, 그 과정에서의 상대는 비교 열위가 아닌 애초에 쓰레기로 묘사되거나 절대 열위로 폄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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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내가 산다. 나의 옳음을 증명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개입하겠지만 종국적으로는 상대의 나쁨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인간은 무엇이 더 좋은지를 구별해낼 때보다 무엇이 더 나쁜지를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쁨. 그래, 그 나쁨 말이다. 시작은 내 선택의 정당성 부여였을지 몰라도, 결과는 상대의 나쁨으로 빠르게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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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쁜 놈이다. 넌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나쁜 놈이다. 넌 예전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나쁜 놈이다. 넌 말투가, 넌 생김새가, 넌 출신이, 넌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 나쁜 놈이다. 상대를 나쁜 놈으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혼자는 부족하다. 힘을 합친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말한다. 쟤가 너도 욕한거나 다름없어. 우리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지 않아? 귀속에 달콤한 분노의 유혹이 시작된다. 애초에 싸움은 ‘우리’가 아닌 ‘너와 나’의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팀전으로 확대된다.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 진영전. 공성전. 확연히 나뉜 두 팀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외계의 침공이 있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 싸운다. 이제 여기에 본래의 목적은 사라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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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우리가 왜 싸웠지? 더 좋은 선택을 하려던 것 아니었어? 아니. 이젠 그런 순하고 선한 명분은 없다. 넌 나쁜 놈이 되어야 하고, 난 옳은 놈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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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내가 옳기 위해선, 넌 반드시 쓰레기가 되어야 한다. 사실, 넌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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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내 노력을 벗어난 경계는
하늘에 맡겨둘 수밖에
- 문득, 문득(文得) 7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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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결과는, 나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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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내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결과는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책을 쓴다고 하면 책이야 1인 출판이든 출판사를 구하든 하다못해 고스트라이터를 구해서 책은 낼 수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을 낸 이유와 그 여파다. 딱 책만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 내 노력으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책을 쓴다는 이유는 책을 쓴 목적과 책을 쓰고 난 이후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딱, 책이 서점에 깔리고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진열하기 위해서 쓴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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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아무리 예측해도 결국은 하늘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심리를 읽으면 답이 보인다면서 심리학자들이나 대중문화분석가들이 쉽게 입을 놀리지만, 정작 그들은 대중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 자기가 나온 학교의 검증을 거쳤을 뿐이다. 만약 전문가들이 모여 전문적인 분석을 해서 성공이 담보된다면 영원한 1인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원한 1인자는 없다. 영원한 가요의 제왕은 없다. 시대는 변하고, 1인자 곁에 최고의 전문가와 분석가, 조력자가 있어도 결국은 1인자는 1인자의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그들이 가졌던 1등의 요건을 간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태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시대가 변한 것일 수도 있고 내부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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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했던 이유나 상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아무리 의미가 있더라도 결국 결과는 하늘이 결정하는 것 같다. 원했던 것 이상으로 나오는 것도 하늘이 정하고, 원했던 것 이하로 나오는 것도 하늘이 정한다. 운명론은 아니지만 사실 세상은 거의 다 그렇다. 내 노력은 결과를 절대로 담보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을 노력 하지 말라, 노력하는 것은 의미 없다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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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늘에 결과를 맡기는 방관자적 도박은 노력한 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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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하늘의 몫이다. 노력했다면 결과는 하늘의 몫이다. 나의 몫도 아니고, 그것 받아들이는 대중의 몫도 아니다. 오직 하늘의 영역이다. 난 그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가장 먼저 맛 볼 뿐이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글스타그램 #관매도 #저녁노을 #노을스타그램 #바닷가 #해안가 #해변가 #노을바다 #석양 #하늘 #노력 #방관자적도박 #결과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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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목표를 설정해두기 보다는,
내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실험해보고 싶다
- 문득, 문득(文得) 7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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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수치나 계량화가 될 수 있도록 설정한다. 예를 들면, 이번 시험에서 평균 90점을 넘겠다든지 대학생이라면 평균 4.0을 넘기겠다든지 말이다. 직장인에게는 고과 A를 받는 것이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야구선수에게는 3할, 투수는 10승 이상 등이 목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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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실패해도 웬만하면 그 근접까지는 다다르니 큰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꿈이 산산조각 나도 그 산산 조각이라도 챙길 수 있다고. 그래서 꿈을 애초에 크게 가지는 것이 좋다고.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이걸 나 스스로 역이용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일부러 크게 잡고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자만과 스스로의 위안 말이다. 처음부터 마음속에 ‘실패’를 염두해두고 있으니 일단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더라도 큰 반성이나 복기가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반대로 일방적인 ‘성취감’만을 위해 작은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하루 10분간 러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11분씩 뛰자고 마음먹고 그것을 달성하고는 목표를 이루었다고 스스로의 위안을 삼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목표를 이루었어도 제자리를 맴돌거나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큰 변화나 다짐이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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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번쯤은 수치화된 목표 없이 도전해보고 싶다.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그 한계의 끝을 보고 싶다. 5kg 다이어트가 목표였다면 내 건강을 유지하는 선에서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아니면 10승을 목표로 한 야구 선수가 10승을 달성하고도 11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 하나하나를 던진다든지, 작가가 된 내가 1만부가 목표였다면 1만부에서 잘했다는 자기만족보다는 2만부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에 고민을 곧바로 시작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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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늘 주어진 우리 삶에서 큰 방향등이 된다. 그래, 방향등. 목표는 최종 도착지점이 아니라 방향의 설정일 뿐이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설정된 목표를 뚫어냈다면 그 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노려볼 수도 있어야 한다. 나태한 목표는 오히려 나를 그 자리에 가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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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변에서 안 그래도 목표를 이뤘는데, 안 그래도 그 정도면 잘하는 데 뭘 그리 더 야단이냐, 오버냐는 이야기를 들어도 목표를 뛰어넘는 노력과 관심, 세밀한 접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평균 90점이 목표였다면 그건 불가능에 도전했다기보다는 솔직히 나도 90점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단련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목표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안주하게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스스로 내가 설정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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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설정해두었다면, 무언가 내 성장이 더디다면, 또는 어느 순간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면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투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시점과 더 이상 해도 안될 시점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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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끝장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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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설명이 길어진다면,
컨셉이 애초에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 문득, 문득(文得) 6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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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더라도 주변의 조언을 구하곤 한다. 미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검증을 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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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내가 가진 강한 확신은 상대가 부정적으로 말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자랑하고 싶은 남자친구를 만났다면, 너무 자랑하고 싶은 여자친구를 만났다면, 일단 자랑 먼저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 심리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한들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웠던 사람의 쓴 소리는 불쾌감과 더불어 그 사람과의 거리감까지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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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자다. 스스로도 애매한 것이다. 이리 저리 설명이 길어지고 분명히 나는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본인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면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솔직히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는 사람이 등장할 때 까지 만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말이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서 쿵짝쿵짝 맞춰서 내가 추진하는 일을 실행한다면 분명 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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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이에서도 주변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업의 영역이나 미래, 진로라면 특히나 사회적인 부분, 즉 대중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을 때 딱딱 상대가 곧바로 알아듣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전파하지 못한다면 세상에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스스로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세상에 나올 때는 어떤 일이든지 상품이든 물건이든 책이든 사상이든 어플리케이션이든 유형의 어떤 것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것을 한 번에 인식시키지 못한다면 곧바로 사장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데 결과물, 즉 아웃풋이 나오기 전에 내 눈앞의 사람, 그 단 한사람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미 큰 실패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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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길게 설명한다면, 끝끝내야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설명이 길어져야만 하는 것에 어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제품이 질적으로 우수하다 하더라도 대중의 시선을 잡지 못하면 곧바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 현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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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내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 설명이 길어진다면 그건 첫 컨셉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의 무지나 상대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기에는 생각보다 세상은 저마다 표준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 눈높이를 내가 맞추지 못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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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컨셉이고, 제목이고, 첫 번째 구상이고, 첫 번째 발걸음이자, 첫 문장이다. 거기서 상대를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설명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그리고 그 설명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컨셉은 더욱 더 잘못되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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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딱히 아이폰의 기능을 설명 듣고 구매하지 않는다. 아이폰은 그냥 듣는 순간 아이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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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아이는 눈물을 감추며 어른이 되고
어른은 홀로 눈물을 훔치며 시간을 보낸다.
- 문득, 문득(文得) 6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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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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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술집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권리일 수도 있고, 주민등록증을 처음으로 받은 시기일 수도 있고, 2차 성징이 끝나고 다 자란 상태를 뜻할 수도 있다. 각자 어른이 된 규정은 다르겠지만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만큼은 눈물과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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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그러니까 어릴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상태의 불평과 불만, 당장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욕구 불만 등을 모두 눈물로 표출했다. 배가 고플 때도 눈물과 함께 큰 울음을 터뜨려 부모님을 찾았고, 기저귀가 축축해졌을 때도, 자세가 불편할 때도, 원하는 장난감이 눈앞에 있는데 지나쳐야 할 때도, 주전가가 뜨겁다는 것을 몰라 손을 올려보았을 때도, 열이 나서 아플 때도, 뾰족한 것이 내 살갗을 처음으로 파고 들 때도, 먹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는 것은 매우 아프다는 것도 모두 눈물로 해결했다. 아주 간단했다. 나의 상태가 어떻든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렇게 울음을 터뜨려 나의 상태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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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갈 때는 지나간 그러한 행태를 하나씩 참아야만 했다. 울지 않고 불편한 것들을 말로 표현해야만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차츰 차츰 눈물의 존재를 잊으려 했다. 사실 잊으려 했다기보다는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서 때로는 그저 아이취급 받기 싫어서 눈물을 철저히 감추려고 노력했다. 그냥 눈물을 흘리면 나의 나약함만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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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젠 눈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불평과 불만은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눈물은 숨긴 것 일뿐 내 속에 차곡차곡 누적되어갔다. 아무리 맞는 말도 상황과 때를 봐가면서 하지 않으면 잘못한 것이 없더라도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왔다. 상사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조심스러워야 했다. 옳은 말이라도 버릇없는 후배가 되기도 하고, 융통성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내가 주인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주인이면 직장 후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가게 주인이면 손님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나보다 수능을 못 친 아이가 기적적으로 추가 모집으로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갔을 때는 축하를 해줬지만, 결과적으로 학벌로 인해 내가 서류모집에 떨어지고 그 친구가 합격하는 모습을 볼 때면 축하를 해주면서도 쓰린 속을 달랠 수는 없었다. 묘하게 이간질을 하는 사람을 볼 때도 내일 당장 또 그 사람을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면 참아내야만 했다. 아무리 누군가 잘해주더라도 내 시간이 부족해진다면 쫓아오는 사람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쫓기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태어난 아이를 돌볼 때도, 내가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아이에게 더 잘해줬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일을 쉬면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단절된 경력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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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젠가부터 어른이 된 나는 홀로 눈물을 훔친다. 미묘한 감정을 일일이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한다 한들 설명이 해결로 이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울분과 슬픔, 분노나 억울함은 상황적절하게 찾아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쁘고 행복할 때도 왈칵왈칵 눈물로 찾아와버린다.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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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마저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나오더라도 문득 떠오르는 나의 처지에 울컥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고, 누구보다 잘 살기 위해 주말마저 반납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서 무너질 때도 있고 그저 멍하니 자동차들이 번잡하게 지나가는 대로변을 볼 때도, 강변을 지나치는 지하철 안에서도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방법의 눈물로 시간을 보낸다. 더 이상 눈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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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이며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눈물이, 목구멍을 꽉 채우고 내 눈을 한번에 폭발적으로 통과하려는 감정의 상태까지 오면 난 어김없이 무너진다. 홀로 눈물을 쏟아낸다. 훔쳐낸다.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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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 울고 싶다. 딱 한번쯤은 울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되어 가는 걸 잘 견디고 있으니까.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글스타그램 #눈물 #어른 #아이 #구포역고가도로 #지하철안 #지하철단상 #억울함 #슬픔 #저녁하늘 #저녁노을 #퇴근길 #퇴근길하늘 #퇴근잡상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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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는 바퀴벌레다
- 문득, 문득(文得) 6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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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퀴벌레다.
쳇바퀴를 도는 그저 벌레다.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는 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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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찐한 도전만으로 내 인생을 채우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똑같은 일만 하는 바퀴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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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퀴다.
떠나고 싶어도
자동차 차체를 벗어나고 싶어도
기어로 단단히 묶인 그곳을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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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동그란 모양으로
검은색 타이어 옷을 입고
처음엔 자랑이었지만
어느 순간 굴레가 되어버린 똑같은 회사이름을
몸에 다 자랑스럽게 문신해두고
내가 조금 더 낫다는 생각을 은근하며 똑같이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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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뺑글뺑글 돌아야 하는 곳은 늘 고정되어 있다.
좌회전을 하든
우회전을 하든
다른 곳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고개를 돌려 행선지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늘 똑같은 곳에 단단히 매여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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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를 돌리는 것은
결국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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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는 바뀔 수 있지만
나는 운전자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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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바퀴의 자리마저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반드시 마모되기 때문이다.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그건 나이일 수도 있고
실력일 수도 있고
시대의 변화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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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퀴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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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퀴를 원했던 것일까
아니면 벌레가 되길 원했던 것일까
포장된 벌레가 언젠간 나비가 될 거라 착각했던 것일까
바퀴가 아닌 삶은 있는 것일까
나비는 나는 노비라는 뜻이었을까
#바퀴 #바퀴벌레 #직장인굴레 #직장인 #회사원 #월급의노예 #카드값의노예 #속박 #구속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글스타그램 #나비 #나는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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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뭘 해도 잘할 놈이라는 말은 참 무서운 말이다
결국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문득, 문득(文得) 6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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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참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뭘 해도 잘할 놈’이라는 말이었다. 처음엔 좋았다. 내가 마치 큰 우량주가 된 것 같았고 될 성 부른 떡잎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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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준비를 하는 것마다 잘되었었고, 남들이 기본적으로 가지려는 스펙이나 어학점수와 봉사활동, 해외연수, 학점 그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곳에서의 취업은 실패했다. 그 때도 몰랐다. 그저 회사를 나무랐다. 회사가 나를 알아봐주지 못한다든지 아니면 너무 자유분방해서 회사가 컨트롤하기 힘들 것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회사는 시키는 대로 일만 시키는 기계를 뽑기 때문에 나의 창의적인 재능은 오히려 싫어할 것이라는 자위와 오만이 쌓여갔다. 그렇게 몇몇개의 색다른 도전과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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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내가 말했던 대로 회사의 기계가 되어 갔고, 조금은 늦어졌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삶을 준비한다 생각하면서 기계가 되어가지 않는다는 뿌듯함도 느꼈다. 나는 그 때까지도 ‘뭘 해도 잘할 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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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무서워졌다. 세상에 그렇게 무책임한 말도 없었다. 직장이든 직업이든 결국은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취업이 싫어 창업을 한다하더라도 결국은 창업이라는 하나의 진로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그걸 못하고 있었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은 어쩌면 대학생활에서의 작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열린 미래를 가진 모든 젊은이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즉, 나만을 위한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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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제 서야 뭐든 잘할 것이 아닌 잘할 수 있는 ‘딱 하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서 1등을 하든 2등을 하든 내가 가지고 펼칠 수 있는 실력으로서의 우열을 가리고 경쟁을 하며 냉정하게 비교를 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경쟁사회를 신봉하진 않지만 때로는 경쟁이라는 구도와 시스템은 내가 서 있는 곳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애초에 뭘 해도 잘할 놈에 기분이 들떴던 것도 솔직히 언제든 누군가의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우월감때문이었다고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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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를 해도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가수가 있고, 댄스와 같은 퍼포먼스로 인정을 받는 가수도 있다. 콘서트 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강점을 가지는 가수도 있고, 고막 남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 귀를 속삭이는 가수도 있다. 무슨 노래를 불러도 잘 부르는 가수 말고, 모창을 잘하는 가수 말고, 명확한 자기 노래 하나가 있는 가수가 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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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언제든 ‘내 노래’를 부를 수가 있다.
그래야 언제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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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잘할 놈이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하는 것은 매우 축복받은 일이지만, 그 말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영원히 뭘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고가 되지 않을지라도 명확한 하나의 분야, 직업, 본질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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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지우개는 지운 흔적을 남긴다
- 문득, 문득(文得) 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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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깨끗하게 지워내도 지우개는 흔적을 남긴다. 분명히 하얗게 지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연필이 머물렀던 것이 느껴지는 미묘한 색감 변화라든지, 힘주어 쓴 움푹 패인 종이의 높낮이라든지, 하다못해 지우개의 가루라도 지우개는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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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의 존재는 애초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다시 썼다는 뜻이고, 다시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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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말았어야 할 과오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진보를 위한 약간의 수정일 수도 있다. 스케치를 하지 않았던 과감함일 수도 있고, 주변의 조언을 전혀 구하지 않았던 독단일 수도 있다. 말하지 않으면 지워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작은 시선의 처리일 수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대번에 알 수 있는 덕지덕지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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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에 대해 선과 악, 조심성과 대범함을 양단하고자하기 보다는 흔적은 그냥 그 자체로 과정이다. 세상과의 호흡을 가다듬지 않고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마음을 먹었던 오만이었고, 숨은 고수 앞에서 주름을 잡았다 완전히 펼쳐진 연처럼 날아가버린 패배감이었다. 때로는 선구자처럼 먼저 걸어간 길이 되기도 했고, 묘한 촉의 이끌림으로 인정욕구를 채운 뿌듯함이기도 했다. 일필휘지의 명필이 되었다가도 수없이 많은 제철과 제련의 단계를 거치는 뜨거운 지지부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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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는 잘못이 없다. 지우개를 잡은 손도 잘못이 없다. 지우개를 썼던 흔적도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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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과정이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흔적은 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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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애도할 수 없는 죽음의 목도
- 문득, 문득(文得) 6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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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그 어떠한 순간에도 쉽게 조롱하거나 일방적 비난을 가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그건 바로 ‘죽음’이라는 영역이다. 사람의 생명에 대해선 절대로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관념, 내재된 심리속의 도덕적 개입이 있다. 따라서 심장의 펄럭임과 혈액의 출렁임이 멈추는 죽음에 대해선 웬만하면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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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애도할 수 없는 죽음을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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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부하기 힘든 상황과 조건을 통해 성추행을 했다. 성폭행을 했다.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 사람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증언들로 비추어 볼 때, 아직까지 숨죽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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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들을 성폭행 생존자라 말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生存者). 살아남은 사람 말이다. 생존자 중에서는 어렵게 입을 뗀 사람도 있었지만, 위에서 쓴 표현대로 잘못 없이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숨을 죽이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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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은 사회적 죽음을 내포한다. 그는 생존자들에게 사회적 죽음에 다다르는 심리적 고통을 주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견딘 그들에게 그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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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은 생물학적 죽음을 뜻한다. 내가 그 어떤 사형제에도 반대하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오판의 결과 등의 이유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느냐는 원초적 질문 때문이었다. 또한 사형 집행관의 심리적 상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보상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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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회적 죽음을 견뎌온 성폭행 생존자, 그들에게 생물학적 죽음을 건넨 사형 집행관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떠날 때마저 생존자들을 힘들게 했다. 그는 죽음으로서 용서를 구한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모면하고 피하려 했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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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려, 도망치려해도 벗어날 수 없었던 고통의 생존자를 두 번씩이나 사회적 죽음에 다다르도록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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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입을 쉽게 떼기 어려운 그것. 애도할 수 없는 죽음을 목도했다.
#미투 #위드유 #metoo #withyou #성폭행생존자 #죽음 #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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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눈이 녹았다
눈이 속았다
- 문득, 문득(文得) 6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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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마저 깨어나는 경칩에, 눈은 스스로 녹아내렸다. 꽤나 단단할 줄 알았다. 내가 알았던 눈은 굴리면 굴릴수록 커져서,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더 든든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소복소복 쌓여서 세력만 커보였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정직한 초록 불을 기다리며 바라봤던 눈은 자그마한 내 손이 닿자말자 눈 녹듯이 녹아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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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화가난건, 세상의 온도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계절이 따뜻해지고 상식의 곡식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새로이 합리와 정의의 씨앗들이 뿌려지는 이 완연한 봄에도 시대가 바뀐 지 몰랐다는 것이다. 홀로 얼음이었다. 누군가에겐 혹독한 추위의 겨울과 같은 과거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얼음. 당신은 그저 세상이 손만 까딱했는데 녹아 내렸다. 눈의 결정체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으로, 밑으로 내려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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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에 실패하면 한번쯤 영원한 사랑에 의문을 가져보듯이, 당신이 마련한 스스로의 소멸로, 자멸로, 이젠 눈을 봐도 동심을 가지지 못할 것 같다. 당신이 더욱 미운 이유는 녹아버린 그 자체보다 당신이 펼쳐놓았던 새하얀 세상의 아름다운 기대마저 져버리게 만든 것 때문이다. 새하얀 눈은, 당신은,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하고 연인을 기쁘게 하며 누군가에겐 설렘으로 여겨졌던 그 존재의 가치를 압살해버렸다. 당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관마저 요원하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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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말았어야 했다. 계절이 변해도, 시간이 지나도, 시대가 변해도 녹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눈은 녹아내려버렸다. 애초에 조금만 건드리면 바닥이 드러날 차가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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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았다. 순백함을 머금은 그림자로, 누구보다 새하얀 모습을 하고 있던 결정체의 붕괴는 내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눈은 순수함이었다. 눈은 기대이자, 희망, 미래였다. 그런데 녹았다. 내 눈의 눈물마저 녹아 흘러내렸다. 눈은 결국 녹았다. 내 눈은 결국 속았다.
#눈 #흰눈 #경칩 #봄 #미투 #위드유 #metoo #withyou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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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라떼의 모양이
라떼의 맛을 좌우한다
- 문득, 문득(文得) 6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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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잔에 몸을 실어둔 라떼를 좋아한다. 그냥 라떼보다, 캡이 씌워진 라떼보다 머그잔의 라떼가 좋은 이유는 이미 눈으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가끔씩 캡을 벗긴 라떼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거품이 뚜껑에 묻어 모양이 흐트러져 있거나 비좁은 종이 컵 속의 라떼는 머그잔의 모습을 도저히 따라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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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라떼의 모양보다 다른 것이 중요하다고 한들 제일 처음 접하는 그 모습을 간과할 수는 없다. 라떼의 첫 인상 말이다. 아무리 좋은 원두라도, 아무리 좋은 커피 머신이라도, 아무리 좋은 스팀기와 우유를 사용했더라도 첫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입으로 가져가기 전의 원초적 시각을 잡지 못한다면, 라떼의 풍미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괜히 라떼 아트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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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먼저다. 모양이 먼저다. 포장이 먼저다.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형식이 있다면, 그 모양이 있다면, 그 포장과 패턴이 있다면 일단은 그 최소한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세상과의 합의점을 위해 잠시 양보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기까지의 결정권은 역시나 눈이, 대중의 이목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라떼의 맛을 전혀 느껴볼 수 없는 숱한 SNS의 사진들 역시 맛이 아닌 눈이 결정한다. 때로는 그 눈이 사회적 기준이자 첫인상을 결정하고 선택을 위한 행동의 트리거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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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단순한 애티튜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세모 자동차가 좋다고 해서, 내가 동그란 자동차가 좋다고 해서 그런 모양의 자동차를 탈 수는 없다. 세모와 동그라미에 비해 천편일률적인 네모반듯한 자동차만이 나오는 것은 과학적 이유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공기저항이라든지 역학이라든지 말이다. 네모는 자동차라는 탈 것이 이동하고 달리기에 최적화된 모양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그 네모 안에서 디자인 경쟁을 한다. 그러니까 그 네모. 그 네모가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맞춘 형식이자 모양이고, 애티튜드이자 과학적 증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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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다 보면 파격이나 너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심취해 최소한의 형식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세상이 원하는 기본 네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 기본 라떼의 모양을 먼저 익히고 타협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본질을 전달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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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오늘은
조금 더
밝은 척 해야지
- 문득, 문득(文得) 6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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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의 결말을 예측하곤 한다. 대부분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길 바라며 나의 객관성이, 나의 촉이 살아있길 바란다. 스포츠 경기부터 큰 사업의 향방, 이 사람과 저 사람과의 관계, 선거 결과, 오디션 결과, 취업의 운까지 저마다 하나씩 예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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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감이 맞았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내게 상처가 되는 예측이라면, 아무리 객관성이 담보되었다 하더라도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오히려 틀리길 바랐다. 내가 틀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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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나 온 자리는 반드시 누군가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밀림에서 맹수가 사라지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는 말처럼 여우든 누구든 그 자리는 메워지지 마련이다. 여우가 아닌 사람도 그 자리를 노려본다. 아니라면 과감하게 지나간 맹수와 비슷한 사람이 찾아오길 바라며 한낱 여우에게 굽신거리지 않고 기다린다. 이내 새로운 맹수가 찾아오면, 여우는 일장춘몽에서 벗어난다. 그래, 거기까지. 어차피 여우는 왕좌에 앉을 수 없다 생각했다. 내가 예측했던 대로. 내 자리였으니까. 적어도 나를 압도하는 사람이 와야지만 나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와있더라. 준비하고 있더라. 예측했었다. 그럴 것이라고. 그가 될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여우에게 굽신거리지 않을 그 사람의 행동도 예상했었다. 애초에 그가 여우보다는 조금 더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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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있었던 곳이 이제 새로운 누군가로 바뀌었다. 떠날 때부터 이미 미래의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주인을 찾아가고 있었고, 그 여우보다 조금 더 높았던 사람 역시 그 때를 기다렸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어차피 떠난 내가 문제였겠지만 그 사람이 나와의 전화통화를 무언가 미묘하게 겸연쩍게 대할 때,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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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밝은 척 하고 싶다. 속은 뜨거워져 조만간 남아있는 내 안의 모든 감정의 필라멘트가 끊어질 것 같더라도, 몸속의 고열이 더 이상 차오를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더라도, 난 더 밝은 척하고 싶다. 마치 박제된 이 자리가 원래의 내 자리였던 것처럼 행복해 하고 싶다. 너무 밝아 상대는 내 속이 어떤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난, 유쾌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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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밝은 척 하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밝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마저 솔직해져 버리면 박제된 그 자리마저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한다. 가식의 밝음은 솔직한 어둠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두워지면, 나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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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애초에 떠나지 않아도 될 만한 내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키고 싶은 것들은 어떻게든 지킬 수 있는 내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이런 비릿한 글도 쓰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저릿한 글 따위 쓰지 않아도 된다.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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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욕망이 있는 곳엔
늘 판이 열린다
- 문득, 문득(文得) 6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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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고 끼어든다. 빠지고 다시 뛰어 든다. 욕하면서도 다시 시작한다. 아무리 손가락질을 해도 아무리 지탄받아도 그곳에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면 판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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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애초에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욕망은 개인이 아닌 사회가 선택해둔다. 그리고 알린다. 여기 있다고. 그걸 탐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만 알면 끌어들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 아니다. 일이다. 그것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겐 그것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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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궁핍해 있는지 무엇에 굶주려있는지를 파악한다. 돈이 있다면 명예를 건드릴 것이고, 명예가 있다면 돈을 건드린다. 컨텐츠가 있다면 직책을 내어주고 그를 으쓱하게 한다. 돈이 필요다면 마치 쩐주가 다한 것처럼 만들어 마지막 공은 내가 가져간다. 서로의 욕망이다. 서로를 건드리고 건드리면서 협업한다. 비트코인이든 수익성 사업이든 명예직이든 그 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카루스처럼 태양에 날개가 불타 없어져도 다시금 다가선다. 타다 남은 날개의 악취가 진동해도 다가선다. 거기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생각한다. 그 욕망은 나에게 욕망이 아니라 필요라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그리고 적당한 선이 나에겐 있다며 타버린 날개에게 조소를 보낼 뿐, 애초에 그 판을 나무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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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엔 아직 내 욕망을 채울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떠남도 이별도 마찬가지다. 내 욕망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판은 결코 닫히지 않는다. 열려있다. 아니다, 내가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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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죽음은 황망함이었을까
- 문득, 문득(文得) 5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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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빈소에서 만난 할머니는 끝까지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할아버지는 구순을 넘기며 장수했지만, 누군가는 아픔 없이 그리고 병치레 없이 세상과의 마지막 인사를 했다며 호상이라고 했지만, 할머니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흰색이다. 새카만 상복 때문에 더욱 더 돋보이는 할머니의 백발이다. 더 이상의 순수함이 침범할 수 없을 만큼 하얗게 새어버린 머릿결에는, 그 머릿속에는 누군가의 90년의 추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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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와주셔서 고맙다는 말 뒤에는 지금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당신이, 살아있을 때 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촘촘히 숨어있다. 다시 눈물이 떨어진다. 창밖에 내리는 흰 눈은 누군가에겐 동심이지만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하얗게 멀어져가는 추억이다. 공백이다. 이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그를 추억하진 않을 것이다. 돌아본다. 아마 내가 떠나도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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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은 떠들어야 한다며 상주를 끝까지 지켜주는 아들의 친구들과 회사의 전화를 받는 며느리와 사위들, 그리고 그의 지인들과 친척들이 오며가며 애도의 눈빛을 보내지만 어쩌면 그들도 어려움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찾아온 사람일 것이다. 경조사는 챙겨야 한다는 굳은 다짐으로 왔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마저 좋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저기 누워있는 저 사람이 내 유일한 인생의 증명사진이자, 삶의 지표였다. 나는 서있지만 그는 누워있다. 내 인생도 함께 누워있는 것이다. 장례식장의 장소는 가득 메워졌는데, 마음은 더욱 더 공허해진다. 마음도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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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해주려던 표현도, 고마움도 이젠 모두 물거품이다. 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단 한번만 남아 있다. 내가 다시 그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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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이다. 휘어버린 내 인생이다. 그가 떠나고 난 뒤로.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장례식 #장례식장 #죽음 #흰색 #흰눈 #흰장미 #백장미 #장미꽃 #흰머리 #백발 #노부부 #구순 #90 #황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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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아무런 충고도 안 해주는 것이다
- 문득, 문득(文得) 5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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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또는 가까운 친구가 질문을 해올 때가 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볼 때도 있지만, 보통은 원하는 답이 있다. 즉, 묻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있다. 그걸 확인하고 싶고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내가 대답해주기를 바라면서 물어온다. 여기서 괜히 푸짐하게 내 이야기를 하면 이는 두고두고 나에게 돌아오는 ‘건’수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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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나 조언에는 사실 옳고 그름이 없다. 묻는 이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현실적인 상황으로 이야기를 해도, 아무리 내가 객관적인 팩트를 말해주어도 그것이 듣길 바랐던 말이 아니라면 실망을 하게 된다. 처음엔 그 대답에 실망했다가, 이내 나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스스로 만들어 버린다. 가까운 사이가 가끔은 그런 식으로 멀어져 간다. 나로선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야기 했지만, 상대는 거기에 상처를 받거나 충고를 해주는 나를 미워함으로써 그 상황을 이겨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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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것은 그 감정에 순응해주되, 함부로 충고나 말에 덧붙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대부분은 어떠한 결말이 있는지 이미 그도 알고 있다. 선택권이 없어서 슬프거나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함에 비참함을 느낄 뿐이다. 이 때, 굳이 나까지 재확인시켜줄 필요가 없다. 처음엔 친구를 지키려 말해준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친구를 지키는 진짜 좋은 방법은 그저 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괜한 충고는 오히려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때가 많다. 듣고 싶은 말만 해줄 수는 없겠지만 굳이 듣기 싫은 말을 내가 한 번 더 해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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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일 좋은 충고는 무엇인가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내가 너의 곁에 있다’는 심정적 지지일 것이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충고 #조언 #격언 #푸짐 #해물파전 #대구끄티집 #끄티집 #파전스타그램 #먹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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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오늘도 한심한
하루가 지나간다
- 문득, 문득(文得) 5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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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지만 한사코 오늘의 시작을 거부해본다. 조금 더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었던 그 시간, 어제이고 싶다. 밖은 어김없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 몸은 더더욱 일어나길 싫어한다. 오늘은 늦잠을 자더라도 오늘 아침 정도는 아니면, 점심 정도까지는 먹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더 좋으리라 생각한다. 어차피 다이어트도 할 거였다. 날짜가 바뀐 하루를 계속해서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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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누군가는 이 시간에 일어나서 열심히 인생을 살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 일찍 피트니스 센터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할 수도 있고, 필라테스에 매진할 수도 있다. 바쁜 걸음 속에서도 너도 나도 한다는 전화 영어를 공부하고 있을 수도 있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 사이를 비웃듯이 휴대폰 속에는 인터넷 강의가 펼쳐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굳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 감기를 조심하라고 카톡을 남길 수도 있고, 안부와 친교의 표시로 페이스 북에 좋아요를 남겨둘 수도 있다. 부모님께 연락을 할 수도 있고, 친구에게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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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누워있지만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이렇게나 많다. 조금 여유로운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본다. 딱히 서두르지도 않는다. 일어나서도 물 한 모금과 함께 어제 보다 잠들었던 예능을 틀어서 마저 본다. 혼자 웃고, 혼자 슬퍼했다가 혼자 감동도 받아본다. 여전히 씻지도 않고 가만히, 아무 것도 안하는 상태다. 뭘 먹지도 않을 것인데 이를 닦는 것마저 귀찮아 진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 동안 겨우 씻으러 들어간다. 어딜 나가진 않더라도, 씻고 이를 닦고 적당하게 꾸며서 옷도 차려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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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 본다. 약속은 없는 날이다. 노트북이 겨우 들어갈만한 가방에 책 한권 정도 넣고 동네 카페로, 이왕이면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과 자동차들이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노트북은 켜뒀지만 금세 절전모드로 바뀌어 나 대신에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있다. 책의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지만, 애꿎은 책갈피만 내 손에서 농락당하고 있다. 쥐락펴락. 카페에 사람은 없다. 어설프게 눈이 마주칠 일도 없다. 평일 이 시간에 나와 있는 것은 거의 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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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메뉴가 생각났다. 단톡방에 부랴 부랴 맛집을 빙자한 나의 취향을 올려본다. 급번개가 생성된다. 만나서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고 고생했다고 빡셌다고 서로를 다독이며 맛집을 털어낸다. 집으로 돌아와, 무언가도 하지 않은 바쁜 하루를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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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이다. 아주 한심한 날이다. 그래도 그런 날이 좋다. 가끔은.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라떼 #라떼한잔 #파란커피잔 #침대 #늦잠 #나른한오후 #카페풍경 #카페2층 #다이어트 #입으로는파워다이어터 #필라테스 #다운로드 #토렌트 #너도토렌트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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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고 차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더라
- 문득, 문득(文得) 5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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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유난히도 차고 차이는 것에 민감했었다. 차이는 것은 사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일방적 단절이라 견디기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고, 찰 때는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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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고, 사랑이 켜켜이 쌓여서 나만의 기준이 몇 개쯤 생겨날 때, 어렴풋이 느껴졌다. 차였을 때도 비참함만이 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할 때도 잔인함만이 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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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서로 달랐을 뿐이다. 축적된 시간이 많은 삶을 살아갈수록 당신과 나의 다른 점은 더 많이 생겨나고, 그 차이는 내가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아닌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었다. 포장지는 예쁠수록 좋지만, 그 포장지는 이내 벗겨지고 꼭 한번은 다시금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누가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다른 삶을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와서 오히려 같은 점을 찾아내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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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 마니아라도 공포영화는 질색인 사람인 반면, 그 때만큼은 숨죽이게 만드는 공포영화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사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니까 가능하다며 조소를 짓는 사람도 있다. 같은 것을 좋아해도 결국은 본질은 다를 수 있다. 누적된 시간만이 사랑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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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같이 새해 소원을 빌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이 몇 번 바뀌고 나면 이 사람과 영원을 꿈꾸면서도 마지막이 아프지 않길 기도하기도 한다. 웃길 기도해본다.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을 서로가 동시에 느낄 수도 있지만, 혼자만 먼저 느낄 수도 있지만, 상대만 느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조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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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 사랑에는, 웃으면서 잡았던 손으로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를 잃어가며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신도 나도 알고 있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에스프레소 #커피잔 #에스프레소잔 #사랑 #이별 #헤어짐 #고백 #차이다 #차였다 #그만만나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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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영어는
존댓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반말이 없는 언어가 아닐까?
- 문득, 문득(文得) 5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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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존댓말이 없다며 모두 반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은 ‘평등’언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모두가 서로 반말을 쓰는 게 아니라, 어쩌면 모두가 존댓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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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때로는
자극적인 제목이라야 한다
- 문득, 문득(文得) 5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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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인정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이미 폐기 처분한 아이디어였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실현된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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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맥락과 본질이라면 일단은 제목이 튀어야 한다. 첫 문장부터 사로잡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똑같더라도 그걸 내가 하려면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때때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결국은 선거 슬로건 하나를 만드는데 가장 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명한 사람의 호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딱 한 번 들었을 때의 그 강렬함을 인식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그가 가지고 있는 깊이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일단 사람은 호기심을 가져야만 비로소 그 쪽으로 쳐다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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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것은 꼭 선정적인 것이나 야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어쩌면 몇 번의 고민이 점철된 것이다. 마케팅이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고, 꼼수나 어떠한 기술이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나의 결실을 알리기 위한 숭고한 노력이고, 세상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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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2등과 아류는 다르다
아류보다는
당당한 2등이 더 낫다
- 문득, 문득(文得) 5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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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과 아류는 엄연히 다르다. 아류는 누군가를 흉내내기에 급급한 사람이고, 2등은 1등 보다 실력이나 성적이 뒤처지는 사람이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누가 봐도 2인자다. 사실 어딜 가서도 늘 메인 MC로서는 성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늘 2등이거나 메인 MC 옆에서 케미를 뿜뿜하면서 그만의 포지셔닝을 한다. 영원히 1등으로 평가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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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지 않다. 딱 박명수만이 할 수 있는 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성대모사는 할 수 있어도 누군가의 진행 스타일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2인자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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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류는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쫓거나 따라만 하는 사람이다. 2등은 1등에 뒤처진 사람이다. 가슴 아프게도 나훈아와 남진은 라이벌이자 어떤 사람의 눈에 따라 1등과 2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나훈아와 모방가수 너훈아를 두고 라이벌이라고 말하거나 우열을 매기진 않는다. 그게 2등과 아류의 차이다. 삶이 애초에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당당한 2등이 되어야 한다. 2등을 꿈꾸라는 것이 아니라, 따라쟁이가 되어 나의 스타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따라쟁이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또한, 따라쟁이는 나다운 내 인생을 단 한번도 살 수 없는 불운함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모방 #따라쟁이 #나훈아와남진 #나훈아 #너훈아 #나후나 #남진 #모방가수 #성대모사 #라이벌 #2등 #박명수 #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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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그러나 눈으로는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 문득, 문득(文得) 5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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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동영상으로 남겨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때로는 잡아두고 싶어도 잡아둘 수 없는 추억들이 있고, 담아내려 해도 담을 수 없는 풍경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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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눈이 보슬보슬 내린다. 비도 아닌데, 눈이 그렇게 내린다. 약간의 나무와 대다수의 돌들이 카페 창밖의 풍경을 조화롭게 만들고 있지만 별미는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내리고 있는 눈이다. 흰 눈이다. 먼지인 줄만 알았는데, 낙엽의 부스러기인줄 알았는데, 흰 눈이다. 펑펑 내리지 않고 자기 자신이 내리고 있는 듯 모르는 듯 내리는 그 눈의 모습이 꼭 산을 가득 메운 설경처럼 예뻐보인다. 여백의 미라 설명할 수도 없고, 희미함의 매력이라고도 설명할 수 없는 그런 풍경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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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잡아내려고 줌을 한껏 당겨보아도 눈은 카메라 속에서만큼은 자신의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는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만 춤을 춘다. 그런 풍경이다. 지금 눈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다. 저장할 수 없어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카메라로 확인할 수 없는 그 미세한 눈발과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조용히 노트북 타자를 두드리는 손님과 그것보다 더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그리고 그 모두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 카페의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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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정과 이 풍경을, 오히려 영원히 내 휴대폰에만 갇히게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 추억에만 저장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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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나비 번데기도
성장하는 과정이다
- 문득, 문득(文得) 5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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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꼭 해야만 하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 왠지 놀고 있는 것 같고, 나태해진 것 같다. 아직도 휴식에 대한 의미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한 허무와 냉소를 주변으로부터 느낄 때도 있다. 사회적으로 부릅뜬 그 시선과 스스로의 압박감이 정작 가만히 있어야 할 때와 열심히 움직여야 할 때를 구분 짓지 못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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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3단계로 진화를 거듭한다. 애벌레와 번데기 시절, 그리고 성충인 나비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기 직전의 상태는 번데기라는 것이다. 번데기는 일종의 ‘정지적 발육단계’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서 스스로의 성장만을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외부와의 시선을 모두 차단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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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도 딱히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나비가 되어 날아갈 수는 없더라도, 가끔은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설령 그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하라는 핀잔과 꼰대적 조언들이 날아들어 올지라도 묵묵하게 세상으로부터의 소리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 나를 알아야, 철저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느끼고 뼈저리게 고민해봐야 진짜 성장을 할 수 있다. 내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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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번데기 과정을 지나야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날개를 만들어 내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바삐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내 속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분명히 성장하는 과정이다. 사색이다. 움직이지 않는 가장 강렬한 움직임이다. 날갯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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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가장 큰 새해 소원은
올해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 문득, 문득(文得) 5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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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곧 시작된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해와 처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늘 우릴 설레게 만들어준다.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다짐, 그리고 올해만큼은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과 의지. 금연을 한다거나 금주를 한다거나 아니면 줄인다거나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든가, 반드시 취업을 한다든가, 결혼을 하겠다거나. 모든 다짐과 버킷 리스트는 충분히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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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낀 점은 역시나 시작이라는 단어는 참 좋다는 것이고, 그 시작과 가장 걸맞는 것이 1월 1일이고, 새해다.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면 마치 내가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마냥 기쁘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1분기가 지나가고 상반기에 접어들 무렵, 어느 덧 새해의 패기는 사라지고, 내겐 현실만이 남는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되었고, 모든 것이 잘 맞아도 세상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좌절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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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언젠가부터 새해 소망과는 별개로 다른 다짐도 세워둔다. 지난해의, 그러니까 아직 다가오지 않은 올해의 잘못이나 실수를 절대로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서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실상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더라도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도, 내년 새해도 마찬가지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내가 했던 지난날의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 그것이 그 무엇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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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때로는 세상의 축복과 부러움을 거절할 때,
비로소 내 삶의 행복이 시작된다.
- 문득, 문득(文得) 4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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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도 문제는 있다. 남들이 간절히 원하는 그 곳에서도 불편함은 존재할 수 있다. 주변의 소리가 아주 현실적이더라도 나의 선택이 그들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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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남들이 정말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겐 버거울 때가 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다. ‘넌 정말 좋겠다’는 말로 위안을 받기엔 인생은 너무 짧고, 짧은 만큼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시간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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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엔 마냥 좋아보일 수 있다. 아마도 그건 그들이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는 해봤으니까’, 또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벌써 그만하려 해?’라는 말도 역시나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 그래, 어쩌면 해봤으니까 그만둘 수 있는 ‘선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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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한함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무엇이든 멈춘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모두 부러워하고, 축복해주는 일이더라도 이제 나에게 남은 이유와 사랑이 없다면 조금 더 내가 행복한 길을 택해야 한다. 남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잡아두기엔 자꾸만 자꾸만 내 행복이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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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세상이 부러워할 때 떠나고, 아주 가끔은 세상이 두려워할 때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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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빈 수레가 요란하다지만,
요란할 수 있을 때
요란해봐야 한다.
- 문득, 문득(文得) 4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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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것이 없고 비어있으면, 작은 것 하나라도 움직이면 큰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텅텅 빈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대개 빈 수레는 자기 자신이 비어있는 줄도 모르고 움직이고 소리를 내며 다닌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상 빈 수레도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장의 공백이, 당장의 공허함이 가만히 있는다고해서 꽉 채워지지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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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내가 텅텅 비어있음을 유세라도 하듯이 돌아다녀야만 한다. 어딘가 부딪혀 보고, 내가 비어있고, 부족함을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이리저리 움직여야만 한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채워넣기만 할 수도 없는 요량이니, 원하는 것을 찾으러 가는 길은 그저 더 길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 길이나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채우는 곳까지 가려면 어떻게든 한 번은 내가 비어있는 소리를 내야만 한다. 원해서 내는 게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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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할 때도, 몸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뱃살이 나온 것이 싫어서 살을 빼려 한다면 결국 한번은 보기 싫은 내 몸을 헬스장의 누군가에겐 보여야만 한다. 사람들이 저 뚱뚱이가 무슨 운동을 하냐고 손가락질을 하든, 마음속으로 눈을 흘기든 상관없다. 어찌되었든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면 그 눈치와 현실을 뒤로하고선 살을 뺄 수는 없으니까. 몸에 살이 많으니 런닝 머신을 뛸 때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크게 헉헉 거리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된다. 빈 수레가 운동은 많이 하지도 않으면서 소리만 가장 크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지금 그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어떤 소리라도 들으면서 지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목표는 지금 상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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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냉정하게 스스로가 빈 수레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고 본다. 그걸 느끼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한번은 느끼게 된다. 내 깊이에 대해서, 요란했다고 지난날을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 그걸 지금 느낀다고 지난 굉음이 달라지지도 않으니까. 요란할 수 있을 때 요란해봐야 한다. 그래야 채울 수 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한번 빈 수레라고 해서 영원한 빈 수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수레는 채우라고 있는 것이다. 삶은 채우라고 살아가는 것이다. 또 채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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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때로는 더 맛있어 지기 보다는
변하지 않는 한결 같은 맛으로
- 문득, 문득(文得) 4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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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였다. 주방에서 짬뽕을 끓이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사장님께 여쭈어 보았다. ‘해산물을 조금 더 넣고, 혼다시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보고, 배추 말고 다른 야채로 넣어보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요?’ 돌아오는 사장님의 답변은 의외였다. ‘너무 좋은데, 우리 집은 더 맛있어 지길 바라면 안돼요. 그냥 우리는 맛이 바뀌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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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했다. 가게는 점심시간을 주 타깃으로 하는 업무 지구에 위치해 있었는데, 최저의 단가로 가장 괜찮은 맛을 내는 상태로 짬뽕을 만들어 왔기에 더 무리를 하면 단가도 올라가고 오히려 고객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몇 년간의 단골은 더 맛있어 지기 보다는 한 끼를 적당히 때울 수 있는 점심으로 찾아오는데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너무 다채로운 재료가 들어가서 소화시키기 부담스러운 메뉴를 기피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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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일리 있는 말이었다. 점심에 집중한 식당이 도전할 필요가 없는 시도였던 것이다. 짧은 점심시간과 저가, 그리고 소화시키기 좋은 상태의 음식이 강점인 식당이었다. 만약에 가격을 올리고, 소화시키기 어렵더라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들어간 음식을 찾는다면, 우리 식당에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면 식당의 위치는 길거리에 가까운 곳으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편하게 신문 종이를 펼쳐들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기 때문에, 만약 고급화를 한다면 음식과 동시에 식당 위치도 이전하고, 주위의 신경을 쓰지 않는 실내로 바꿔야 한다. 마치 일반 라면을 팔던 김밥나라에서 갑자기 전복을 넣은 궁중 해물 라면을 2만원대에 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 가격이라면 해물 라면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 가서 먹지, 굳이 김밥나라에 가서 먹지는 않을 것과 똑같은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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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와 도전도 좋지만, 그 위치에서 가장 알맞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어쩌면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맛을 변하지 않게끔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노력도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 역시 ‘멈춤’의 발전 과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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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실연을 당해도,
그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의 눈높이를 낮추진 말자
내가 가장 소중하다
- 문득, 문득(文得) 4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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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당하거나, 고백했을 때 거절을 당할 때면 보통 스스로를 먼저 탓한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 내가 매력이 없어서, 내가 어쩌고저쩌고... 그럴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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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사람보다 더 못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상대적인 것이라 한 사람과의 연애 실패가 또 다른 사람과도 실패할 것이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랑의 실패 후에는 눈높이를 올려야 한다. 방금 헤어진 사람이 설사 먼저 떠나갔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 책임이 나한테만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분명히 그 사람도 단점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상습적으로 늦든, 외모는 마음에 드는데 옷을 잘 입지 못하든 성격은 참 좋은데 능력이 없든, 뭐든 단점 없는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애초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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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하다. 그 단점이 없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과 만나다 헤어졌다고 해서 외모 평가나 기준을 낮추지 말고, 오히려 더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을 찾되, 방금 전의 사람의 단점이 없는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굳이 하나씩 깎아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끔 나이가 들어가면서 헤어지면 이제는 더 이상 좋은 사람 못 만나겠지, 눈을 낮춰야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던 일을 그만 두게 되었거나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되더라도 눈을 낮출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은 나 스스로 다시 일으키면 된다. 하지만 내가 원래 생각하던 기준을 낮추면 영원히 마음속 한 곳이 허전한 상태로 상대를 찾게 된다.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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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는 스스로 결심해야 한다. 상대가 옷을 잘 입기 바란다면, 나부터 옷을 잘 입어야 한다. 상대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나부터 책을 읽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서핑을 좋아하길 바라면 나도 서핑을 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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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랑의 기준이 외모였다면, 외모를 충족시키는 사람과 만났을 것이고, 헤어지고 나면 외모 다 필요 없어, 이젠 성격이야 하면서 성격이 좋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성격이 좋은 사람과 헤어지면 역시 사람은 능력이야 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나려 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눈높이를 낮추거나 바꿔갈 필요가 없다. 외모에, 성격에, 능력을 더해가면서 더 잘 맞는 사람, 더 미친 듯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한번 밖에 없는 내 인생의 사랑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기에, 내가 가장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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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보류하지 말기
- 문득, 문득(文得) 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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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에 행복하기란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매순간 행복하기 어렵다고 해서 행복이 참았던 만큼 적립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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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금 내가 당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내가 찾아내야 한다. 남들이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대부분 나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 여행을 추천해줘도 가만히 있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걸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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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통 바다나 강이 보이는 탁 트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두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더라. 옆에서 아메리카노의 원두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마시고 끝 맛이 달콤한지 신지 알려주면서 커피마시는 방법을 알려줘도 그게 나랑 맞지 않다면 그게 관심이 없다면 당장 접어야 한다. 행복을 찾기 위해 굳이 머리 아프게 외우거나 공부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공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상태를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커피를 알면 재미있고 좋다고 해서 맞지도 않는데 공부하는 순간, 이미 행복은 떠나있고 외운 것을 누군가에게 지식 자랑만 늘어놓으려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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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행복을 보류하지 않는 첫 걸음은 내가 무엇으로부터 행복해지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야만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기다리는 시간을 날려버릴 수가 있다. 떠난 시간이 돌아오지 않고, 다가올 시간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잡아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총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즐기는 만큼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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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무뚝뚝한 아버지의
꾹꾹 눌러쓴 문자를 받을 때면
- 문득, 문득(文得) 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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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받는 것은 안 되고, 걸리기만 하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셨다. 심지어 아무데서나 통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공중전화 근처에 가야만 전화가 걸리던 시티폰이라는 것도 가지고 다니셨다. 플립 휴대폰을 넘어서 폴더가 나오고, 흑백이 컬러로 바뀌는 모든 과정에서의 휴대폰을 사용하셨던 아버지는 일명 피쳐 폰이 모두 스마트 폰으로 바뀌었을 때도 문자는 쓰지 않으셨다. 수 만가지의 기능이 있는 스마트 폰도 무조건 전화용도로만 사용하셨고, 남자가 뭘 사진을 찍냐며 늘 사진첩을 비워두셨다. 마음속으로 저럴 거면 왜 비싼 휴대폰을 쓸까라는 강한 반발심에 가까운 의문이 들었지만 말이 길어져봤자 짧은 ‘내 마음이다’라는 답변이 올 것을 알기에 그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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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터였을까? 넌지시 TV를 보면서 예쁜 동네가 나오면 ‘우리 가족끼리 한 번 저런데 가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고 실제로 한번 다녀왔다. 사진을 찍지 않던 아버지는 휴대폰 카메라를 꾹꾹 눌러서 가족사진을 찍어주셨고, 한사코 거절하던 선글라스도 끼고 가족끼리 단체로 선글라스 착용 샷도 남겼다. 저녁엔 맥주를 같이 마셨고, 가족끼리 다트를 던지며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게임에 열심히 동참하셨다. 가끔 더블이나 트리플이 뜰 때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젊었던 시절 모습처럼 기뻐하셨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길래, 문자로 보내드렸더니, 카톡으로 보내달라 하시더라. 평생 전화기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신 적이 없었는데, 카톡이 있었다니. 처음으로 가족 카톡방을 만들어 보았다. 그 날 찍은 사진도 올리고, 비어있던 아버지 카톡 프로필 사진도 새롭게 채웠다. 가족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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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가끔씩 카톡을 주셨다. 휴대폰 첫 배경화면에도 뜨는 날씨 정보와 실시간 검색어로도 알 있는 초복, 동지 날을 일일이 챙겨주셨다. 추울 땐 춥다고, 더울 땐 덥다고, 내일은 정말 추우니 내복을 입고 나가라고. 히트 텍을 입었다는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셔서 그 뒤로 쭉 내복을 입었다고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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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문자가 왔다. ‘연말인데, 올 한해도 고생 많았다. 얼굴 한 번 보게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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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수많은 송년회와 모임, 파티가 있었는데, 정작 가족에게 다가서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잊고 지냈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며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했던 것이 불과 몇 년전인데 이제야 그 용기를 내는 아버지의 문자를 난 솔직히 조금 외면해왔다. 연말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문자를 꾹꾹 눌러쓰는 경상도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랬을까? 얼굴 한 번 보자는 저 말에 ‘아들아 사랑한다. 잘 지내니. 가족들과도 시간을 좀 보내자꾸나. 같이 밥이라도 먹자. 올해도 수고했다. 내년엔 더 복 많이 받고 건강해라.’ 그 모든 사랑이 느껴져서였을까? 꽤나 먹먹하게 그 문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에 일순간에 기도가 막히듯이 굵은 것이 걸려버린 채로 길거리에서 멍하니 있었다. 정지용 시인은 물먹은 별이 반짝했다고 표현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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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드리러 가자. 이리저리 인맥도 모임도 좋지만, 결국은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 소중하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늘 가슴 속에 지니고 살아야 한다.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동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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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을 쓸 줄 알면서도 오늘은 문자로 보냈다는 건, 아마도 카톡 알림 보다는 당장 도착음이 울리는 문자가 더 직접적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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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간다는 대답과 함께 오랜만에 아버지 카톡 프로필을 눌러본다. 배경화면은 여전히 내가 처음으로 썼던 내 책의 표지다. 나는 여전히 그의 자랑이다. 나도 여전히 그의 자랑이고 싶다. 그의 행복이고 싶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동그라미글 #원글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스타그램 #아버지 #아버지의문자 #카톡프로필 #가족 #가족여행 #가족모임 #다트 #짜장면그릇 #간짜장 #아버지는짜장면좋다고하셨어 #곱배기시킴 #부성애 #부자지간 #새벽감성 #가족감성


4

#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내가 우울하다고 그러면
내가 우울증인 것 같다고 그러면
정신력이 약해졌다는 말보단
항상 네가 내 옆에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게 해줘
- 문득, 문득(文得) 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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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목소리를 가진 보컬이 있었다. 목소리만큼이나 가슴이 탁 트이고, 듣기만 해도 귀가 뻥 뚫리는 가창력, 그리고 아름다운 춤사위를 가진 가수가 있었다. 거기까지만 했더라면, 나는 그 사람을 조금 더 볼 수 있었을까?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목소리만큼이나 당당한 소신은 그를 평범한 아이돌을 넘어서게 만들었고 그 무렵부터, 신은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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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눈이 부셨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빛을 내기 위해 마음속의 필라멘트를 끊임없이 태워야만 했다. 밝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다다른 밝은 곳에서의 환경은 내가 보지 못했던 것까지 감당해야만 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가 사라진 것처럼, 그는 시종일관 슬픔을 버려야만 했다. 아니다, 그걸 강요당했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원했던 무대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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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봤다. 온통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환희 그 자체다. 어젯밤엔 울었지만 난 새롭게 눈 뜬 오늘까지 울 수는 없다. 세상은 내가 우는 것을 싫어할 거니까. 한 번쯤은 그도 주변에게 가질 수 없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털어놨을 것이다. 힘겹게 내민 손끝으로 돌아온 것은 정신력이 약해서,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너는 어쩌면 편해서, 이제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니까, 예전처럼 간절하지 않으니까... 내 눈물을 닦아주길 바랐던 상대의 손에는 더 큰 울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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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약 몇 알을 쥐어 주기 보다는,
차라리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판명해주기 보다는,
‘너 정말 힘들었구나.’라고 공감해줬다면 어땠을까?
억누르고만 살았던 ‘슬픔이’를 완전히 꺼내서 그걸 함께 지켜봐줬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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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혼자서만 슬픔을 마주했다. 흘릴 수 있는 눈물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그 눈물마저 지겨워졌다. 정신력이 약해진 게 아니라, 내 정신을 교감할 사람이 없었다. 눈물을 참기 보다는 한번쯤 엉엉 울며 늘 혼자 닦았던 휴지를 누군가 옆에서 건네주길 바랐다. 내 침대의 내 베개만 알고 있던 내 눈물을 누군가, 옆의 사람도 알아주길 바랐다. 결국 혼자만 가지던 눈물을, 아픔을, 내면을, 눈물을 이젠 나 빼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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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병원에서 치유될 수 없다. 늘, 항상 옆에 있다는 누군가의 느낌만으로 해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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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어 메말라버린 흰 봉투 속의 약 ‘몇 알’이 아니라, 내 옆의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같이, 함께 보내는 진심의 ‘몇 일’이 훨씬 더 필요하다.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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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누군가에게 잘해줘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나를 가볍게 보는지
나를 존중해 주는지
- 문득, 문득(文得) 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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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 사람이 정확하게 내 편인지 아닌지 애매할 때.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건네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막연히 가로막아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도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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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체가 명확해도 애매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누구이며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회사 동료인지 상사인지 등등.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때도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친해질 수 있을지 애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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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무턱대고 잘해주는 거다. 일단 잘해주고 두고 보는 거다. 속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잘해주면 상대의 행동이 자연스레 내게 답을 가져다준다. 내가 굳이 일일이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 사람과 더 깊이 친하게 지내도 되는지 아니면 거기까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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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어떤 사람에게 잘해주면 그 사람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잘해준다고 느껴버리는 순간, 나를 쉽게 생각하거나 가볍게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터놓은 만큼 더 나를 존중해주고 깊이 마음을 위로하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이다. 가벼이 대하는 사람에게 굳이 다가설 필요 없이, 진심으로 내게 다가와주면서 존중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나고 알고 지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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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살진 않았지만, 대체로 잘해줘 보면 그 사람의 본성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더라. 애매하면 그냥 잘해줘 봐라. 금방 알 수 있다. 나를 가볍게, 쉽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존중해주고 진심으로 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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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잠 못 이루게 하는 일이 있다면,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것보다는
잠들기 전에 해두는 게 맞다
- 문득, 문득(文得) 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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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일찍 알람을 맞춰두면 보통은 일도 그르치고 일찍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 이건 의지의 문제와는 무관한데, 이리저리 들어봐서 알겠지만 잠은 몇 시간을 자느냐보다는 단 한 시간이라도 얼마나 깊이 잠들고 숙면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일을 다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청하면 끝맺음되지 않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베여있는 상태로 수면을 취하게 된다. 잠을 제대로 잘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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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평소보다 고작 몇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인데도 훨씬 더 피곤하고, 막상 일어난다 하더라도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이다. 불편한 상태로 잠이 들어서 잠도 제대로 된 잠이 아니다. 몰아치기 후에 꿀잠을 잘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무언가를 다 끝내놓았다는 안도감이 첫 번째고 스스로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에너지로 쏟아지는 듯한 잠을 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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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의 기운이 좋다고 한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무리한 아침형 인간으로의 변신은 아침 내내 골골하게만 만들 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마무리해야 할 무언가의 찝찝함이 남아 있는 경우라면 그냥 그걸 다 끝내놓고 자는 게 맞다. 그래야만 늦잠을 자더라도 완성시켜 놓은 내 프로젝트를 깨어나서 한 번 더 검토해볼 수 있다. 잠 못 이룰 것 같다면, 그냥 그 때 안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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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성형과 시술도
스펙이고, 노력이다.
- 문득, 문득(文得) 4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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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펙이라고 말하면, 토익 점수와 같은 어학성적, 학벌과 기업 이름, 봉사활동 경력, 공모전 등등의 자신이 열심히 살아온 이력들을 일컫는데 나는 여기에 성형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형도 노력이기 때문이다. 성형과 시술 모두 노력으로 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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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 들어가는 돈, 책 사고 학원 다니고 인터넷 강의 듣고 어디 학원이 좋은지 알아보고 뭐 그런 것들이 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면서 하는 것들이다. 성형과 시술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성형이고 시술이면 더 저렴한 곳을 찾고, 권위자를 찾아야 하고 인터넷으로 비교도 해야 하고, 후기도 봐야 하고 그 후기가 알바가 쓴 건지 아닌지도 봐야 하고, 진짜 잘된 사람이 있는지 몰래 몰래 주변에 지인을 통해서 알아보기도 해야 한다. 더군다나 공부는 내 머리만 쓰고 내 머리로만 가면 되는데, 성형은 내 몸을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결심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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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니, 막말로 너네가 뼈 빠지게 공부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성형하며 진짜 뼈 빠지게 깎은 것 아니냐. 왜 너네가 머리로 한 노력은 노력이고, 우리가 성형으로 한 것은 노력이 아니냐. 공부보다 성형이 돈도 더 많이 들고, 리스크도 훨씬 더 크다. 공부 많이 해서 머리 아프면 잠깐 쉬거나 잠자고 일어나면 되지만, 성형은 재활기간도 있어서 먹는 것, 입는 것, 걸어 다니는 것, 심지어 잠 잘 때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까 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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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과 스펙 본질은 똑같다. 스펙 좋으면 어떻게 되는데? 좋은 곳에 취업해서 당당하게 살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것, 바로 그런 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않냐? 결국은 자기만족. 성형, 시술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내 만족, 내가 누릴 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거다. 손가락질하거나 수군대기 전에, 너네 눈길이 어디로 먼저 향하는지 잘 생각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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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원치 않는 조언은
모두 헛소리일 뿐이다
- 문득, 문득(文得) 3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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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내가 조금만 이루거나 아니면 상대방보다 내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꼭 한 마디씩 던져주고 싶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느니 아니면 내가 해봤는데 이렇다느니 등의 말은 사실상 모두 헛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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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과 꼰대질, 훈수의 결정적 차이는 상대가 원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상대가 먼저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을 때의 상황은 조언에 가깝고 내가 안달이 나서 먼저 가서 말하면 거의 백프로 꼰대질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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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상대가 먼저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조언을 날리면 안 되는데, 이유는 조금만 고민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상대는 내게 조언을 구하러 올 때, 정말 몰라서 올 수 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에 염두해두고 원하는 대답을 들으러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말 몰라서 오면 그건 질문이지 조언을 구하는 행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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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머릿속의 생각은
밑그림 없는 흰 도화지나 다름없다
- 문득, 문득(文得) 3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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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머릿속으로 이걸 해야지, 저걸해야지 라고 생각해봤자 의미가 없다. 결국은 노트에 적어두든지, 컴퓨터에 기록을 해두든지 해야만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보통 새롭게 시작되는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에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백날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자 행동으로 옮겨지거나 제 시간에 맞춰서 딱딱 움직이기 힘들다. 결국은 어딘가에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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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세워둔 계획표대로 제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 구체적인 계획은 놓쳤으면 놓쳤다는 것을 알려주고, 하다못해 벼락치기라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어준다. 월요일이 이제 곧 몇 시간 뒤면 도착한다. 매번 다가오는 월요일이지만, 매번 지나쳤던 일요일이지만, 이번 주 만큼은 내가 소중히 생각해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서 유영(游泳)하는 것들을 꽉 잡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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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잇이라도 적어두어야, 내가 원하는 내 모습과 계획을 지켜낼 수 있다. 머릿속의 생각은 그저 밑그림 없는 흰 도화지일 뿐이다. 구상을 했다면, 밑그림이라도 그려두자. 월요일이다. 그리고 아직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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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가끔은 스스로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자
- 문득, 문득(文得) 3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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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만 사용한다. 사실 뭐, 원래 뜻이 그도 그럴 것이 자기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가 만든 마음속의 허상을 진실이라 굳게 믿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니까 당연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사기꾼들에게 자주 발생되기도 하는데 내가 정말 좋은 집안에 잘살고, 부모님도 빵빵한 재력과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리 저리 돈을 뜯어내거나 이성을 꼬시는 경우인데 보통은 이렇게 스스로가 거짓을 암시하다보면 나중에 사기로 잡혀들어가도 보통은 정신을 못차린단다. 그 스스로도 너무 믿어버려서 현실 자체를 부정해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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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일부러 리플리 증후군을 택할 때가 많다. 어떤 것에 좌절했을 때, 특히나 취업에 실패했을 때, 한 군데 실패한 것도 아니고 여러 군데 실패했을 때. 분명히 나는 내 주변의 합격자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이 회사가 내 그릇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내 그릇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그런 것. 그래, 솔직히 난 다른 회사가 원래 더 잘 맞을 거야. 칼군무를 하는 SM에 나처럼 개성강한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지. 애초에 SM은 아니었고, 내 개성을 존중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YG로 가야지라는 정신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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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솔직히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내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문득 얻었던 기회로 성장하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에서 더 큰 이득을 볼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몇 번의 실패로 미리 내 인생에 실망하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가 전혀 없더라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이 심해져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기를 치는 등의 불법적인 영역으로 옮아가는 것은 물론 안되겠지만 과대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의 실력과 가치를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 그 자존감은 나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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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봐라. 취업 실패했을 때, 내가 합리적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나? 합격자는 100점 만점에 98점의 노력을 했고, 나는 78점의 노력을 했나? 그게 계산될 수 있는 것인가? 애초에 사람의 노력이라는 것을 마치 드래곤볼의 스카우터처럼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또, 백날 노래는 가창력이지 하면서 미친 듯한 고음을 쭉쭉 내뱉는 사람과 현란한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콘서트 티켓을 팔고 있을까? 글쎄, 아닐 수도 있을 걸? 여전히 공연은 언제 삑사리가 날듯말 듯 아슬한 김장훈이 더 재미있고, 미친 듯이 뛰어 노는 싸이가 제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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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무엇인가 되려 노력했다면, 몇 번의 좌절에 나 스스로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나 스스로의 가치를 내팽겨칠 필요는 전혀 없다. 설사 그것을 포기할지라도 나 스스로를 포기하면 안 된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내 삶이다. 설사 허구라도 난 분명 다시 일어서고 반드시 누군가에겐, 나를 알아보는 곳에서 나답게 살아갈 것이라 굳게 믿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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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이렇게 살지 말라고 하지마
살려고 이렇게라도 하는 거니까
- 문득, 문득(文得) 3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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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궁금한 것이 그렇게 조언질을 해대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의 삶에 얼마나 당당할까? 모든 상황에서 자기 성격대로 했을까? 하기 싫은 일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했을까? 그들이 생각해둔 원칙과 소신을 단 한 번도 무너뜨린 적이 없이 고결하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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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멋져 보이긴 하지만, 그건 상황과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내 성격과 내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도 버텨야 할 때가 있다. 내 캐릭터와 맞지 않아도 결국은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답지 않게 행동하면서 버틸 때도 필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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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배우라면, 당장 나를 알리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곧바로 드라마나 영화를 찍고 연기를 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게 아니라면 일단 나를 알리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봐야 한다. 미친 듯이 떨어져보기도 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릴지 모를 오디션을 보기 위해, 월세를 벌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가끔 좋은 옷도 사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현재 유행하는 영화도 틈틈이 봐두어야 하고, 개인기도 준비해야 한다. 개인기 하기 싫어 죽겠는데도, 눈에 띄고 세상에게 나를 주목시키려면 뭐든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내가 진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받을까 말까한 것이 이 세상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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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질과 지적질을 함부로 하지마라. 나는 멋지게 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누가 봐도 멋진 삶을 살아내려고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렇게라도 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살려고. 이렇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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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구름 위에 피는 꽃은 없다
- 문득, 문득(文得) 3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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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잡아두면서 새로운 것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떠나고 싶은 일도, 당장 떠나버리고 싶은 회사도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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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서 퇴직금을 넉넉히 받는다면야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당장의 월세와 생활비, 교통비와 없으면 안 되는 휴대폰 통신비까지 합치면 결국 떠나온 곳 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반대로 떠날 용기가 없어서, 당장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버티기만 한다면 그 생활도 참 괴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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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일종의 병행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떠나갈 곳을 명확히 해두고, 내가 떠날 현재의 자리를 지키면서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 때 떠나는 것.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모험도 좋지만 모험의 책임은 결국 내가 지는 것이 인생이다.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살아는 가지지만 당장의 내가 누리던 것을 모두 버리면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면,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구름 위에 피는 꽃은 없다. 땅속에 뿌리를 단단히 박아둔 채로 옮겨 가야할 곳의 빈자리를 뚜렷한 타이밍과 깔끔한 마무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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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잡하면 안 떠나면 되지만, 결국 핵심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최소한의 실점으로 최대한의 득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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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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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씹는 것처럼
- 문득, 문득(文得) 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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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실수하는 것 자체로 나를 너무 책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밥 먹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끔, 아주 가끔은 혀를 씹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히 혀 말고 음식물을 씹어내야 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주 가끔은 혀를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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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먹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시는 안 그래야지,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언젠가는 또 혀를 씹고 만다. 내 의지가 아니라,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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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말로, 가끔씩 내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실수 앞에서 무너지며 자책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도 없다. 혀를 씹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실수로 점철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연륜이 쌓이면, 세월은 내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라기 보다는 반복된 실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라고 귀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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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몰라
- 문득, 문득(文得) 3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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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유통기한이 무제한이라면 좋겠지만, 가끔은 유통기한이 명확한 것이 좋다.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좋다. 그것이 음식이든지 사람과의 관계라든지 아니면 사랑이라든지 뭐든 간에 유통기한은 뚜렷하게 나와 있는 것이 좋다. 왜냐면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한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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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좋은 척 할 필요도 없고, 사랑이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의리로 또는 의무적으로 누군가를 만날 필요도 없다. 속은 다 상하고 썩어 있는데 겉만, 포장지만 아닌 척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그것이 뚜렷한 것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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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아주 아름다운 일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처럼, 또는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적절히 선을 지키는 사람처럼 유통기한을 지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최고의 상태만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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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은 단순히 소멸과 썩음, 부패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또는 그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한을 알려주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표출이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귀 #글스타그램 #동그라미글 #원글 #일본거리 #쓰레기통 #쓰레기통입구 #시부야거리 #시부야쓰레기통 #시부야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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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한부를 인쇄한다.
한부를 제본한다.
- 문득, 문득(文得) 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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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를 인쇄한다.
한부를 제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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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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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뱉은 것과
나를 따라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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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다르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귀 #글스타그램 #동그라미글 #원글 #인쇄 #제본 #카피 #따라하기 #원조 #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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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그래, 널 위해 잘 헤어진 거야.”
이 말보다 잔인한 말은 없다
내 사랑은 아직 안 끝났었으니까
- 문득, 문득(文得) 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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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비어버렸다.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진짜 끝이 나서 더 이상 뭘 잡아볼 수도 없고 질질 매달릴 수도 없다. 진짜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내 말을 들어줄 곳도 없다. 끝이다.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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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상태의 나를 위로하는 주변의 말은 ‘잘 헤어졌다’, ‘네가 훨씬 아까웠다’, ‘널 위해 잘 헤어졌다’... 그저 앞에서 듣고만 있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반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으니까. 이미 나와 있는 결과에 이유와 합리성을 만들어준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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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 말들이 훨씬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날 위해서라면 헤어지지 말았어야 한다. 애초에 이런 이별이 오지 않았어야 한다. 내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난 여전히 감정의 잔여물이 남아 있는데, 분명히 나도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게 잘된 일이라니, 잘 헤어진 거라니. 날 위한 말인데, 사실 하나도 위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다운된 내 감정을 주변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는 나쁜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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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 똑같은 퍼센트의 마음으로 시작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서로 마주보며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멈춰야 한다는 것. 마치 다음 역에 만날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멈추지 않는 기차 때문에 그를 차창 밖으로만 스쳐 지나가며 봐야 한다는 것. 기차가 기차역에서 멀어지는 시간 동안 내 마음과 시선은 그대로인데 아무리 또렷하게 자세히 집중해서 쳐다봐도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는 것. 끝내 볼 수 없어지는 것. 그런 느낌. 그런 감정. 그런 기분.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귀 #글스타그램 #사랑 #연애 #연애감정 #동그라미글 #원글 #물컵 #빈잔 #빈컵 #텅텅 #이별 #통보 #일방 #패닉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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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벼랑 끝에 서 봐야
내가 날 수 있을지
그대로 떨어질지 알 수 있겠지
- 문득, 문득(文得) 30편
.
벼랑 끝에 서보면 답이 빠르게 나오겠지. 내가 도약해서 날아오를지, 아니면 절벽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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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하면서 이게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절벽 이후의 결과가 두려워서 미련을 잡아두고 있으면 평생 점프대를 경험해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설사 점프대가 아니라서 떨어지더라도 상관없다. 아래엔 늘 바다가 있다. 바다로 떨어지더라도 헤엄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설사 내가 수영을 못해서 꼬르륵 물속에 잠긴다고 해도 상관없다. 수영과 잠수는 또 다르다. 배와 잠수함이 다르듯이 결국은 다른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이 두려워서 하기 싫은 일을, 정말 아닌 인연을 지루하게 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이건 꼭 결말이 뻔한 영화를 0.5배속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 인생을 정상적인 속도로 되돌리려면 결국은 억지로 잡아두고 있는 것을 버리고 벼랑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내 알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인생에는 안전망이 많아서 내가 날아오를 수도, 헤엄을 칠 수도, 잠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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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이 되어 억지로 연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 편이 훨씬 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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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일단, 먼저 벼랑 끝에 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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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사랑에
보상심리만
가지지 않는다면
- 문득, 문득(文得) 29편
.
싸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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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던 걸 지키지 않아서,
잘해주지 않아서,
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해서,
기념일인지 알면서도 아무 것도 안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연락이 잘 안돼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유를 말 안해줘서,
다른 사람이랑 연락해서,
어쩌고. 저쩌고.
.
결국은 나를 화나게 해서,
또는 네가 화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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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다양하지만
서로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점은 같다.
.
그런데 분노로 시작되는 싸움과
‘섭섭함’으로 시작되는 싸움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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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함은 내가 꽁해지는 거다. .
분명히 나는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는데,
나는 적어도 너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네가 그냥 잠들었을 때,
난 어떻게든 집에 왔다는 연락은 남겼는데,
어디에 있다고 누굴 만났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늦어도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
그럴 때마다 나는 이야기 하지 않고 꾹 참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배려한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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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상심리는 쌓여서
반드시 똑같은 걸 요구하게 된다.
아니면 내가 이유 없이 작아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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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참아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때그때 말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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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심리를 안가지려고 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때그때 말해주는 것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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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만 그러겠지라는 마음은 별로다.
나한테는 그러면 안되는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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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타이밍이듯이
보상심리를 가지지 않도록 제때 말하는 것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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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이듯이
지금 섭섭하다고 말하는 것도 사랑이다.
그걸 들어주는 것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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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보상받을 것을 쌓아두지 말자.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글귀 #글스타그램 #사랑 #연애 #연애감정 #보상심리 #동그라미글 #원글 #원성애자 #접시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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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가끔은 눈앞의 현실이
훨씬 더 잔인하다
- 문득, 문득(文得) 28편
.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내 주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이 가끔은 나한테 일어난다.
직접적으로.
그것도 내가 당사자가 되어서.
.
생각해보면 머피의 법칙이 꼭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한테 일어날 수 있지?라는
그런 감정의
그런 사연의
그런 일들이 한번쯤은 일어난다.
.
일어나서 잔인한 것이 아니라,
그 당사자가 나라서 잔인한 거다.
.
이유를 찾아보려 하지만,
혹시나 내가 전생의 잘못이 있나 살펴보지만
역시나 근원은 미지의 영역이다.
.
잔인하다.
막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일어나는 그런 과정이
그런 상황이 너무나도 잔인하다.
.
정말 가끔은
그 어떤 허구의 소설보다
상상의 시나리오보다
내 삶이
내 현실이 잔인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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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바닥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 문득, 문득(文得) 2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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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면
다 마셔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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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실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똑같은 맛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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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드러나면 여지없이 망설여진다.
또 이 순간을 느낄 수 있을까.
.
억지로 잡아둔다고 해서
바닥이 채워지진 않는다.
내 목을 지나
가슴 속으로 소화된 그것이
다시 채워지진 않는다.
.
그냥 혼자서만 바닥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땐,
이미 바닥은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비워야 한다.
오히려 비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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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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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바닥이 보이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은 잠시뿐이다.
비워지고 채워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일 뿐.
선과 악,
잘못과 잘함의 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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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정면으로 보고,
바닥을 완전히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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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찰랑거림은 오히려
움직임을 경박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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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쁜 결말이
여지를 남겨두는 것보다 훨씬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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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뜻이 아니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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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내 마음속의 악마가 없다면,
내 마음속의 천사도 자리 잡지 못할 것이다.
- 문득, 문득(文得) 26편
.
내 마음 속의 악마가 없다면,
내 마음속의 천사도 자리 잡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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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내가 더 편한 상태로,
상대를 최대한 배려하지 않은 상태로 유도할 것이다.
악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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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었던 것을
오늘만큼은 괜찮다고 끊임없이 속삭일 것이다.
악마는.
.
하지만,
악마로 느껴지는 그 존재의 유연한 방조와,
인지는 하되,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한결같음이
내 마음속의 천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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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머릿속의 악마는,
그 상상력 속의 존재는 내가 만들어냈지만,
반대로 내가 현실에서 실현시키지 않을 수 있는 존재의 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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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마음 일뿐,
마음으로, 마음의 악마로
그 상상이 떠오름만으로 불결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나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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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실의 천사를 탄생시키는 것만이
오직 나의 뿌듯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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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때로는
내 순수함이 더럽혀질 때,
내가 성장한다.
- 문득, 문득(文得) 25편
.
사람들은 보통 적나라한 이유를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
.
포장을 한다.
명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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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끊임없이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고,
그 포장과 명분이 나의 입지를 굳건히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
속뜻이 있다.
말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
그것이 설사 행위의 본질과는 무관하더라도
때로는 그것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어 준다.
.
후에,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또는 너무 고결한 이유라서 멀리서만 바라만 보던 일을
내가 하게 될 때,
또는 내가 그 순간 느껴버릴 때,
.
우린 내 순수함에 상처를 입는다.
내가 보지 못했던 현실을 보고 낙담해버린다. .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면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아 나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들처럼. .
잔인하리만큼 그 낯 뜨거운 움직임을 나도 하게 된다.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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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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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어디서든 필요하거나,
나만 할 수 있거나
- 문득, 문득(文得) 24편
.
원래는
‘언젠간 쓰겠지 하는 물건은 보통 안 쓴다. 버려라.’
라는 제목의 글을 쓰려했다.
.
생각해보니,
만약 그것이 물건이 아니라면?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내가 계륵으로 비유된다면?
.
아찔해진다.
.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내가 어디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법.
대인관계가 좋든, 멀티플레이어든, 뭐든.
.
아니면 나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상황.
전자와 후자가 아니라면,
우린 어떤 조직에서든지 위태롭다.
.
내 성과를 잘 포장하든지,
내 존재감을 잘 드러내든지.
.
본질은 두 가지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계륵 #직장인 #회사원 #직장인생존 #처세 #포시져닝 #존재감 #존재감뿜뿜 #성과 #아부 #능력 #멀티플레이어 #만능 #대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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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풍운으로 흥하고,
풍운으로 망한다.
- 문득, 문득(文得) 23편
.
꽤나 오래 전에 보았던
풍운이라는 영화가 있다.
.
천하를 제패하고 싶었던 어떤 ‘아재’는
주인공 ‘풍’과 ‘운’을 데려와
천하통일을 목전에 둔다.
.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풍운의 다툼과 배신으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
함께 길을 나서
싸우기만 하면
끝나는 그 순간,
.
나의 자만과
선택적 이기심으로
쌓아온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
나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던
풍운은
결국 내 안의 잠재되어 있던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
오늘의 나를 지탱해주는 것,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것,
그 장점으로 말미암은 성공의 폭주는
이내 풍운처럼
반대로 돌아와
나를 찌를 때가 있다.
.
풍운의 잘못도 아닌
상황적 필연도 아닌
잘 다루었어야 할
내 책임이다.
.
풍운으로 흥하고,
풍운으로 망한다.
.
난 아니라고 하지만,
과거에 도취된 자만과
장님이 되어버린 독선은
날 어떤 ‘아재’로 만들어 버린다.
.
나의 장점은
나의 치명적 약점이 된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풍운 #영화풍운 #곽부성 #정이건 #웅패 #예언가 #독선 #자만 #장점 #단점 #약점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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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오늘 하루를
소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 문득, 문득(文得) 22편
.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중요한 날이 아니라도,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소소한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
큰 선물이나 이벤트도 좋지만,
평소의 사랑을 지켜주는 건
지나간 오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응원해주고 같은 편을 들어주는 것.
.
그런 사람
그런 사랑.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사랑 #연애 #연애감정 #새벽감성 #소소함 #이야기 #대화 #응원 #원 #원성애자 #동그라미 #접시 #젓가락 #미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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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동화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것이다
- 문득, 문득(文得) 21편
.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야.
.
경험이 조금씩 늘어나고
직접 본 것이 늘어나고
전해들은 것이 늘어날 수록
.
우리는 세상을 단 하나의 시선으로만
생각한다.
바라본다.
전해준다.
.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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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찌들 수록
오히려
동화의 영역을 남겨둬야 한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동화 #보아뱀 #모자 #순수 #동심 #어른 #저녁하늘 #노을 #붉은노을 #저녁감성 #퇴근길 #빨간구름 #노을녘 #하늘 #예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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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너를,
좋아하는 이유보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어
- 문득, 문득(文得) 20편
.
가끔은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너라서 좋아.
.
어쩌면 이게
더 성숙한 사랑일지도 몰라.
.
어떤 순간이 다가왔을 때,
명확한 기준점과
뚜렷한 판단력을 주거든.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사랑 #연애 #커피 #아이스아메리카노 #빨대 #성숙 #판단 #기준 #원성애자 #원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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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검정색과 흐릿함은
완전히 다르다
- 문득, 문득(文得) 19편
.
검정색은
개성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
.
그래서
흐릿한 색이나
변색된 것이나
오묘한 색과
같은 취급을 받지만,
.
실상 검정색과 흐릿함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
불분명함과 분명함의 차이다.
검정색은 분명함의 色을,
흐릿함은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임을,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존재임을,
.
검정색은 설사 나와 달라도
당신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검정색 #전등 #흐릿함 #회색 #불분명 #분명 #피아식별 #미지의영역 #원성애자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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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인문학을 공부하라는 것도
아주 폭력적인 압박이야
그 놈의 인문학타령 좀 그만해
- 문득, 문득(文得) 18편
.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한 번쯤은 인문학 책을 봐야 할 것 같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할 것 같은데
.
그거 다 냉정하게 말해서
너네 ‘인문학 팔이’들
돈벌이 수단 아냐?
.
정신 줄을 놓고 즐기는
음악 콘서트나
다 때려 부수는
액션 영화는 삶의 낭비야?
.
천만에,
너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
.
책이 조금 있어 보이니까.
솔직히 그 ‘권위’의 혜택을
누려보고 싶은 거 잖아. .
사람의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달라.
A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B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
그런데 감히
인문학에 관심이 없으면
삶을 허비하는 사람처럼 말해?
.
너네가 말하는 인문학은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
바로 그게 본질 아니야?
.
인문학이 그렇게 좋으면
너네끼리 미친 듯이 즐겨.
.
삶의 진리가
책속에만 있는 것처럼
억지로 가둬두려 하지마.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인문학 #인문학타령 #인문학책 #본질 #존중 #다양성 #책 #결국모두돈벌이 #돈벌이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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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패기와 근자감은
죽을 때까지
유지하라
- 문득, 문득(文得) 17편
.
파도가 올라왔다가 다시 부서지듯이
이륙한 비행기가 반드시 착륙하듯이
상승은 반드시 하강을 동반한다.
.
올라갔을 때
겸손을 유지하든
건방을 떨든
마음대로 하라.
.
다만,
내려갔을 땐
절대 비굴해지거나 굽신거리지 마라.
.
패기와 근자감이 필요할 때는 바로 그 때다.
삶을 살다보면 사람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주변인들은 나를 더욱 더 쉽게 생각한다.
.
죽을 때까지 없어도 있는 척을,
바로 앞이 낭떠러지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해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순간
기회는 내게 오지 않는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패기 #근자감 #낭떠러지 #희망 #용기 #냉정한현실 #있는척 #기회 #비굴 #겸손 #원성애자 #동그라미 #원 #흰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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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인간 위에 인간이 있을 수 없고
인간 밑에 인간이 있을 수 없다
- 문득, 문득(文得) 16편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의자 #동그라미 #원 #원성애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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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서울 택시는
늦어서 타면
개 늦게 데려다 준다.
- 문득, 문득(文得) 15편
.
서울 생활이 7년째로 접어든다.
.
내 고향 부산과 다르게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택시’의 속도다.
.
보통 택시를 타면,
목적지에 빨리 가는데
서울 택시는 타면 대중교통보다 더 늦는다.
.
늦어서 타면,
모임이 거의 다 끝날 무렵에 도착한다.
개 늦게 도착한다.
.
돈도 날리고,
약속 시간도 날리고,
택시 미터기 말도 날라다닌다.
.
서울 택시는 그냥 혼자 잘 때 편하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택시 #서울택시 #퇴근길 #퇴근길잡상 #택시느려 #개빡침 #분노의질주 #분노의정체 #아저씨의여유로운미소 #끊임없는말달리기 #어디만가면보통2만원 #동그라미 #원 #원성애자 #맥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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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을위한잠깐의머뭇거림
오로지
내 눈을 감게 만드는 것은
희망뿐이다
- 문득, 문득(文得) 14편
.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지금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싶을 때,
우리는 눈을 감고 상상을 한다.
.
희망 섞인 생각들은
작은 결점으로 점철된 나를 충분히 잊게 만들어 준다.
.
설사 그것이 거품일지라도
단 한번도 내 인생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도
과대망상에 가까운 허영일지라도
우리는 가끔 눈을 감고 희망을 가져본다.
.
때로는 그 어리석음이
희망 앞에서는 유독 어두워지는 냉정의 시선의 폭이,
우리가 오늘을 살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문득문득 #일상 #에세이 #인스타감성 #인스타에세이 #감성스타그램 #감성 #새벽감성 #확신 #미래 #과대망상 #거품 #냉정 #희망 #현실 #현실도피 #도피 #동그라미 #사람들은즐겁다 #원성애자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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